초등생 성폭행 혐의 84세, ‘강간’ 아닌 ‘강간미수’로 실형…이유는?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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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퇴직공무원 A씨에 징역 13년 선고
재판부 “성기능 장애로 발기 안됐을 가능성”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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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마주친 11세 여아에게 ‘두유 먹자’며 집으로 유인해 강간하려 한 80대 퇴직 공무원에게 법원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기소 당시 혐의는 강간이었으나 성기능 장애로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는 피고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20일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형사합의1부(박옥희 부장판사)는 2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아무개(84)씨에게 징역 13년형을 선고했다. 10년간의 신상정보 공개, 10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 제한,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내렸다.

퇴직 공무원인 김씨는 지난 4월27일 남양주시의 한 골목길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 A양에게 접근해 “예쁘다. 우리집에 가서 두유 먹자”고 자택으로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김씨는 A양을 안방으로 끌고가 옷을 전부 벗기는 등 성범죄를 저질렀다. 김씨의 집에선 성기능 장애 관련 치료제가 발견됐으며, 범행 이틀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혈액 검사에서 실제로 약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김씨는 이전에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수 차례 처벌 전력이 있는 전과자였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어린 학생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사건 재판부의 경우 “80대 고령이고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생활했다”면서 김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때문에 그간 사법부의 섣부른 선처로 이번 사건이 반복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김씨)가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과거 두 차례 성범죄로 처벌 받았는데도 동종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아동대상 성범죄 재범 위험이 높아 사회와 상당 기간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혐의였던 강간 혐의 대신 ‘강간 미수죄’를 적용했다. 재판 과정에서 ‘발기 부전으로 실제 강간은 이뤄지지 못했다’던 김씨 측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했으나 발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어려 성 지식이 부족해 성관계 의미를 잘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 A양의 체내에서 김씨의 DNA가 발견되지 않은 점 또한 이같은 판단에 고려됐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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