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3대 권력 파벌을 ‘시자쥔’ 단일 파벌로
  • 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9 14:05
  • 호수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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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의 황제’ 시진핑 “37년간 베이징·상하이 등 전국 각지 다니며 인맥 형성”

10월23일 낮 12시5분,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 금색대청(金色大廳). 6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카메라를 열어놓은 채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오른쪽 끝 황금의 문이 열렸다. 붉은 카펫 위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천천히 손을 흔들면서 걸어 나왔다. 그 뒤로 여섯 명의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따라 나왔다.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시진핑이 내외신 기자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어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표대회는 승리의 폐막을 했습니다. (중략) 오늘 오전에 제20기 중앙위원회는 1차 전체회의를 개최해 선거 결과 내가 당 총서기를 계속 담임하게 됐습니다. 이제 기자 여러분께 새로 선출된 여섯 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리창 동지, 자오러지 동지, 왕후닝 동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23일 공산당 총서기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상무위) 구성원을 뽑는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마친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장에 새 최고 지도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진핑 1인 천하, 이미 6년 전부터 예견돼

시진핑의 안내에 따라 10월23일 금색대청에 나타난 6명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면면을 본 내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날 최초의 내외신 기자회견에 대해 “시진핑이 연출한 깜짝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특히 시진핑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그의 유력한 후계자로 중국 안팎에 널리 알려진 후춘화 부총리와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가 상무위원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전임 당 총서기 후진타오가 시진핑에게 후임자로 지정해준 후춘화는 정치국에서도 탈락하고 중앙위원으로 강등됐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상하이 출신 연구원 청리는 이미 2016년 출판된 《시진핑 시대의 중국 정치학(Chinese Politics in Xi Jinping Era)》이라는 책에서 “산시성 옌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허베이성에서 초급 당 간부로 시작해, 푸젠·저장성과 경제 수도 상하이, 정치 수도 베이징을 37년간 돌아다니면서 당 간부 생활을 한 시진핑은 각 지역 인재들을 모두 확보하는 인맥을 형성했다”고 분석해 놓았다.

저장성 출신 총리 내정자 리창, 칭하이성 출신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국회의장 격) 자오러지, 상하이 푸단대 출신의 천재 국제정치학자 출신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내정자 왕후닝,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시킨 차이치, 상하이 당서기 시절에 만난 시진핑의 영원한 비서 딩쉐샹, 간쑤성 출신으로 당 기율검사위원회 주석을 맡아 반부패 활동을 이끌어갈 리시 등 이들 모두가 시진핑이 1969년부터 53년간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모아놓은 인재풀에서 나온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시진핑의 당 총서기 3연임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가 ‘인맥의 황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권력의 3대 유력 파벌로 상호 견제하며 집권을 돌아가면서 해왔던 시진핑 주석의 태자당(혁명원로 자제 그룹),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 등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고, 이제 모든 게 시진핑의 ‘시자쥔’(시진핑의 옛 부하)으로 통일됐다는 의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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