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이해충돌 논란, 국회 스스로의 의지 부족이 자초했다
  • 정지웅 변호사·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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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 국회 규칙 여전히 제정 안 돼…국회의장, 의원들 눈치 보며 ‘책임 방기’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논란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과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규정한 ‘국회법’이 제·개정되었고, 올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여기서 ‘이해충돌’이란 의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국회의원 당선인은 ‘의원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의 직업, 재산 등 사적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국회법 제32조의 2 제1항). 법에 규정된 수많은 등록사항 중에서 하나만 예를 들면 ‘의원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비율 또는 금액 이상의 주식·지분 또는 자본금 등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단체의 명단”이 있다. 국회규칙이 등록 기준이 되는 지분 비율이나 금액을 정해 주어야 국회의원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할 수 있도록 법안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직까지 관련 국회규칙이 제정되어 있지 않다. 법안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았을 뿐, 실제로 의원의 사적 이해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등록조차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국회에서 이해충돌을 제대로 심사하고 있는 듯한 형식적 외관만 작출해 놓고, 실제로는 의지만 있다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국회규칙 제정을 게을리함으로써 올해 5월30일 시행된 국회법 개정안이 5개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9월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부동산 이해충돌 소지 국회의원 46명에 대한 질의서 답변내용 발표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정지웅 변호사 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지난 9월21일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소지 부동산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됐지만 유명무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다른 법령에서 정보공개가 금지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적 이해관계 등록사항 중 국회의원 본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국회법 제32조의 2 제1항). 이 조항에 근거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회의원이 등록한 사적 이해관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회사무처는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에 국회규칙(안)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사적 이해관계 자료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참여연대 또한 비공개 처분을 받았는데 비공개 사유는 국회법상 국회규칙에 따라 해당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관련 규칙이 제정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국회 스스로 법이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국회규칙 제정을 게을리해 놓고, 그것을 핑계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국회법상 이해충돌 방지 제도는 정보의 등록과 등록 절차, 등록 방법 그리고 공개의 절차까지도 모두 국회규칙에 위임했다”며 “이는 이 제도가 국회규칙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제도라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 ‘이해충돌방지법’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고 비판하며 입법부작위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과 국회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으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국회의장 직속으로 변경되었고, 국회의원의 임기 전 민간에서의 활동으로 생기는 이해충돌 심사, 그리고 부동산 재산 및 주식 재산 보유 등으로 인해 생기는 이해충돌에 대한 심사 등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되었지만, 사실상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국회가 유명무실한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도입해 놓고 그마저도 허술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올 하반기 국회 상임위 구성에서부터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심사와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하지만 실제로 그러하지 못했다. 국회법 제32조의 2(사적이해관계의 등록), 제32조의 3(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 제출)에 따라, 의원 당선인이 재산 등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하면,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이를 바탕으로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해 그 의견을 국회의장, 해당 의원 및 소속 교섭단체 대표 의원에게 제출하고, 국회법 제49조의 2(이해충돌 의원의 선임 제한)에 따라, 의장과 교섭단체 대표 의원이 의원의 이해충돌 여부에 관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고려해 이해충돌 의원의 선임을 제한했어야 했다. 하지만 경실련이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4개 상임위에 배정된 국회의원을 조사한 결과, 2주택 및 비주거용 건물, 대지, 농지 1000㎡ 이상 등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다수 배정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제대로 된 이해충돌 심사를 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이해충돌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이해충돌 논란은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방위원회 소속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방산주를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매각했고,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도 하반기 상임위에서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됐으나 자신이 창업한 국토 정보 위성 관련 비상장 주식 수십억원대를 보유한 것에 대한 논란 끝에 결국 상임위를 옮겼다.

 

‘공개할 수 있다’를 ‘공개해야 한다’로 바꿔야

끊이지 않는 이해충돌 논란은 국회 스스로 이해충돌을 방지할 의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국회에 보낸 부동산 보유 재산 관련 이해충돌 의혹 46명 의원에 대한 재심사 및 상임위 배제 촉구 질의에 대해 국회는 ‘부동산의 실사용 여부 등에 대한 조사의 법적 근거가 없으며, 관련 법령 위반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법령의 권한 있는 기관에서 조사 등을 통해 관련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으로 답변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사적 이해관계 내역을 토대로 실사용 여부를 파악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사용 여부 등에 대한 조사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의장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회의장은 국민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동료 국회의원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정을 위해 애쓸 줄 모르고 이해충돌을 제대로 심사하고 있는 듯한 형식적 외관만 만들어내면서 국민을 상대로 눈속임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집단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깨어있는 시민,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바로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 첫걸음은 국회의원들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법망을 촘촘히 만드는 것이다. 이해충돌 국회의원들은 법률 규정의 “할 수 있다”라는 구멍으로 빠져나간다.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으려면 “할 수 있다”를 “해야 한다”로 바꾸면 된다.

국회의원들의 실상을 제대로 보려면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데, 국회가 이를 거부하고 있으므로 국회법 제32조의 2 제1항 ‘자문위는 다른 법령에서 정보공개가 금지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적 이해관계 등록사항 중 의원 본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를 ‘공개해야 한다’로 개정하는 것으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의 첫걸음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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