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위 김민철.정무위 윤상현 의원, 이해충돌 소지 관련주 다량 보유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7 10: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의원 재산신고 전수조사 결과, 소속 상임위 연관 주식 보유 사례 다수 발견
해당 의원들은 "직무 연관성 심사 중" ... "인사혁신처 심사 형식적" 이란 지적도

지난 10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유 주식이 논란이 됐다. 국방위원회 소속인 이 대표가 방위산업 관련 주식을 2억원 넘게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산 공개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이 대표 측은 “해당 주식은 보궐선거(6월1일) 전부터 보유한 것”이라며 상임위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안팎에서 비판이 커지자 결국 전량 매각했다.

사실 정치인들의 주식과 관련한 논란은 거의 해마다 한두 명씩은 불거지는 단골 소재다. 당사자는 의도가 없었을 수 있지만 법을 만들고, 국가 정책을 다루는 국회의원이 자신이 속한 상임위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한다는 건 더 엄격히 볼 수밖에 없는 문제다.

과연 일부만의 얘기일까. 시사저널은 21대 국회의원의 보유 주식과 소속 상임위 간 연관성을 살펴봤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7월 하반기 상임위를 새롭게 배정받았다. 상임위를 옮기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과 이해충돌이 새롭게 생겨난 경우들이 존재했다. 해당 의원들은 대부분 “현재 새롭게 직무 연관성 심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임위가 그대로지만 “이미 심사를 받았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거나 공직자윤리법상 제한 기준(3000만원)에 못 미치지만 직무와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나 그 직계 가족이 가액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했을 경우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3000만원이 넘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 직무 연관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의원들의 보유 주식은 지난 3월 공개된 재산신고를 참고했다. 다만 시차가 있는 만큼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보유 주식의 금액대가 높거나 직무 관련성이 깊어 보이는 사례에 대해선 질의를 통해 현재도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이해충돌 소지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왼쪽)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시사저널 박은숙

국방위 소속 이재명 의원의 방위산업 주식 보유만 문제일까 

행정안전위에서 국토교통위로 하반기 상임위를 옮긴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건설업체 주식을 1억원어치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1억1200만원이 넘는 상장 주식과 8600만원가량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상장 주식이 전부 한진중공업으로 1만4000주에 달한다. 한진중공업은 건설·토목·조선업을 하는 중견기업으로 현재는 HJ중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토위는 주택·토지·건설·수자원 등 국토 분야와 철도·도로·항공·물류 등 교통 분야를 다루는 상임위로 국토위원이 관련 분야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해당 주식은 제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던 주식”이라면서 “보좌진이 이해충돌 소지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지만, 조금이라도 소지가 있다면 심사를 받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의 경우처럼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가 상임위를 옮기는 등의 직무 변동이 생기거나 대상 기준인 3000만원을 초과하면 한 달 이내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이는 의무 사항이다. 심사 기간은 법적으론 60일 이내로 이뤄져야 하지만, 심사위 사정 등으로 더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후 만일 직무 연관성이 인정된다면 해당 의원은 한 달 이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김 의원 외에도 국토위 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의원은 더 있다. 기획재정위에서 국토위로 넘어온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장녀가 2900만원가량의 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그중 삼성중공업(200주), 현대건설(6주), 현대중공업(2주), 현대차(4주), 대한항공(44주), 제주항공(50주) 등은 국토위와 연관이 있는 기업들이다. 지난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9월 공개한 재산 내역에서 배우자가 9300만원 넘는 상장 주식을 보유했다고 했다. 그중엔 물류와 관련이 있는 대한해운(72주)을 비롯해 기아(53주), 현대차(43주) 주식이 포함됐다.

국방위에서 국토위로 상임위를 옮긴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와 차남이 각각 1억4000만원, 1억원가량의 주식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는데, 배터리 분리막 제조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식을 각각 250주, 225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배터리 분리막은 전기차에 탑재되는데, 전기차 관련 여러 정책을 다루는 곳도 국토위이기에 간접적으로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차관 출신인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6억6000만원어치의 상장 주식을 신고했다. 그중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3만5887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 기업은 도로·철도·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기업이어서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 그러나 김희국 의원 측 관계자는 “해당 주식은 심사위로부터 직무 연관성 판단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깔끔하게 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매각한 주식”이라며 “올해 재산신고에 잘못 표기된 것이고, 정정 요청을 할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직무관련성 심사는 직접 인과관계만 따져 한계”

외교·통일 정책을 다루는 외교통일위에서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북주나 여러 외교적 관계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요동치는 주식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반기부터 외통위였던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2억8000만원, 배우자가 3800만원가량의 주식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김 의원 보유 주식 중 대북 관련주들이 눈에 띈다. HMM(150주)은 옛 현대상선으로 북한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은 대표적인 대북주다. 롯데정밀화학(70주) 또한 과거 북한 비료 지원사업 등으로 여전히 북한 수혜주로 오르내린다.

아울러 김 의원은 배우자, 차남과 함께 무역업체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식을 각각 400주, 100주, 100주씩 갖고 있는데 이 또한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해외 무역 사업을 벌이는 무역업체는 우리나라의 여러 외교정책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통화에서 “이미 직무 연관성 심사를 통해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 매번 불거지는 주식 이해충돌 논란과 관련해 “심사를 받았기에 문제가 없다”며 억울해하는 정치인이 많지만, 일각에선 심사 자체가 ‘맹탕’이라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현재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에서 직무 연관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할 때가 아니면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충돌을 연구해온 한 대학교수는 “누가 봐도 직무 관련성이 존재하는데도 그렇게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 것 자체가 허술한 심사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직간접적으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는지 다각적으로 판단해 매우 엄격하게 처분을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충돌을) 막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윤상현 의원의 롯데家 배우자 주식 가치는 500억원

금융시장과 공정거래 정책 등을 다루는 정무위와 재정·경제 정책 전반을 다루는 기획재정위, 중소·벤처기업과 산업·통상 분야를 다루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는 소속 의원들의 주식 거래 등에 대해 상당히 엄격해야 할 상임위로 꼽힌다. 다양한 경제·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속한 의원 중 다수가 적지 않은 상장·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에서 하반기 정무위로 옮긴 윤상현 의원은 500억원이 넘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의 주식을 신고했다. 윤 의원은 지난 3월 재산신고에서 재산을 가장 많이 증식한 의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수백억원의 주식 대부분은 윤 의원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다. 윤 의원 배우자는 롯데그룹 푸르밀 신준호 전 회장의 딸인 신경아 대선건설 대표다. 신 대표는 삼성전자(2만7356주), LG전자(5465주) 등을 비롯해 주로 대기업 주식으로 38억여억원의 상장 주식과 푸르밀(12만6000주), 삼경축산(9만주), 대선건설(47만9897주) 등 470여억원의 비상장주식을 갖고 있다. 아울러 윤 의원 자신은 5400만원가량의 삼성전자 700주를 보유하고 있고, 삼녀도 4000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521주를 보유했다.

윤 의원과 그 가족의 주식 보유 내역에 대해 공정거래 정책을 다루는 정무위 소속 의원이 거대 기업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특히 윤 의원 배우자가 직접적으로 특정 기업들의 소유권까지 갖고 있어 더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시사저널에 “현재 (직무 연관성) 심사 중”이라고만 짧게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무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긴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금융주 등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주식들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3월 삼성전자 139주, SK하이닉스 100주, 포스코인터내셔널 120주 등 1억원 상당의 상장 주식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특히 양 의원 주식 중엔 KB금융 349주가 있는데, 금융시장을 소관하는 정무위 특성상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양 의원 측 관계자는 “하반기에 정무위로 옮긴 것이기에 다시 새롭게 직무 연관성 심사 청구를 해놓은 상황”이라며 “상임위 배정을 예상할 수 없어 미리 조치를 취하거나 할 수 없었다. 심사가 끝나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무위원 중에선 강병원 민주당 의원 역시 배우자가 삼성전자 보통주(200주), 카카오 보통주(100주) 등의 상장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희곤·송석준·윤창현·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배우자나 자녀가 1000만~2000만원 상당의 상장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위에서도 신영대·이용빈·박수영 의원, 이해충돌 소지 주식 보유 

기재위에선 고용진 민주당 의원의 장남이 SK텔레콤(303주), 카카오(100주) 등 6000만원가량의 주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산자위에서도 신영대 민주당 의원의 배우자가 친환경 에너지 관련 주식인 SK에코플랜트 197주 등 16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이용빈 민주당 의원이 필름 개발업체인 삼영화학(3579주)과 삼영화학공업보(5848주) 주식 2800만원가량을 보유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1500만원 상당의 냉장 및 냉동 장비 제조 중소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가졌다고 신고했다.

이 외에도 농·수산·식품과 해양 관련 정책을 소관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에선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배우자가 2800만원 상당의 상장주식 중 해상풍력, 원자력 등 해양과 관련이 있는 두산중공업(475주) 주식 및 농심(6주), 롯데제과(15주), 빙그레(6주), 오뚜기(10주) 등 식품주를, 같은 당 정희용 의원은 본인이 800만원 상당의 식품업체 마니커(7093주) 주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의원은 전반기와 하반기 동안 상임위를 옮기지 않았지만, 직무 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매입했다가 이미 매각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국방위 소속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자신과 배우자가 각각 3600만원, 3900만원의 상장 주식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는데, 특히 한 의원 주식 중에서 방산주인 현대로템이 644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회 공보 등에 따르면 한 의원은 이미 해당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위 소속 강선우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3월 신고에서 배우자와 차녀가 신약 개발업체인 에이비온 주식 2000주가량을 보유했다고 신고했으나 곧바로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 측 관계자는 “배우자의 주식에 대해 신고 이후 주식 가치가 떨어져 심사를 안 받아도 된다고 안내를 받았지만,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모두 처분했다”고 전했다.

의원 중엔 외국 주식을 다량 보유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 소속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외국의 태양광 관련 주식과 AI·전기차 기업인 테슬라 주식을 약 4억원 상당 보유했다. 정무위 이용우 의원 역시 배우자와 장남이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외국 기업 주식을 합쳐 약 1억원가량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외국 주식은 백지신탁 등의 대상에 아예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국내에도 들어와 있고, 국내 정책과 법의 영향을 받는 만큼 외국 주식 역시 직무에 따라 백지신탁 및 매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등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여러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제도와 인식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은 지속된다. 이해충돌 소지가 큰 주식에 대해선 거래 시 즉각 신고해 공개하는 등 더 투명하고 엄격한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 자체를 더 강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에선 최근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주식 등 거래를 전격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캐나다에선 이미 정치인 등 공직자의 주식 보유 및 거래를 아예 차단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주식 등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기에 가장 쉽고 좋은 집단”이라며 “심사 등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더 엄정하게, 최소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개선해야 하고, 특히 의원들 스스로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상임위를 회피하는 등의 책임 있는 태도로 사익 추구를  경계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관기사
끊이지 않는 이해충돌 논란, 국회 스스로의 의지 부족이 자초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