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세 번의 “죄송합니다”…‘대국민 사과’로 볼 수 있을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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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석상에서 세 번째 사과, “부족하다”는 野
과도한 공방 역풍 부를라…野 내에서도 의견 분분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고 있는 국민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7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모두발언)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5일,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예배)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4일, 이태원 참사 희생 추모 위령 법회)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나흘째 내놓은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국가애도기간이던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합동분향소를 방문하는가 하면, 주요 종교의 추모의식에 연이어 참석했다. 대국민 사과를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하진 않았지만, 여러 차례 사죄의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야권은 윤 대통령의 사과를 사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나 이상민 장관 등 문제성 인사들을 경질하지 않는 한 진정성 있는 사과로 여길 수 없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윤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고조될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서 성호를 긋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서 성호를 긋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尹대통령의 나흘째 ‘사죄’ 행보

이태원 참사 이후 일주일이 지난 7일 정치권은 여전히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국가애도기간 내 ‘초당적 협력’을 외치며 휴전을 택했던 여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두고 공세 수위를 바짝 끌어올렸다. 그 중심엔 윤 대통령의 사과가 있다. 윤 대통령의 사과가 부족했다는 야권과 충분하다는 여권 사이 의견 충돌은 더욱 강해졌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세 번 언급했다. 첫 메시지는 불교 행사였던 4일 이태원 참사 희생 추모 위령 법회였다. 공개 회의 석상에서의 첫 사과는 7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나왔다. 나흘 연속 사과 행보를 이어간 셈이다. 비공식 사과까지 합치면 횟수는 더 많아진다. 윤 대통령은 국가애도기간 중 희생자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에 “국가가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잇따라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야권의 ‘공개 사과’ 요구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당초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나 유감 표명 검토 여부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진상 조사가 이어질수록 경찰의 부실·늑장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기류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 대통령 본인의 의지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도자로선 이례적으로 국가애도기간 내내 매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번 참사에 윤 대통령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으며, 최고지도자로서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이 불교·기독교·천주교 추모 행사에 모두 참석한 것도 그 일환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론은 ‘관망세’…과도한 공세 역풍 부를라 눈치 보는 野

야권은 윤 대통령의 공개 사과 이후에도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사과 직후 열린 민주당 최고위회의는 맹폭의 자리에 가까웠다. 지금까지의 윤 대통령 사과는 ‘대통령 격’에 맞지 않는 사과였으며, 대국민 사과를 위한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 한 진정성 있는 사과로 여길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격식을 갖춰 제대로 석고대죄, 백배사죄하라. 분향소 방문과 종교행사 참여 횟수가 진정한 사과를 대신할 수 없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의 사과는 영혼 없는 ‘찔끔사과’였다. 외국인 희생자에 대한 외국 대통령의 말인 줄 알았다”고 비꼬았다.

이 같은 야권의 태도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박근혜 전 전 대통령은 당시 참사 14일 만에 국무회의 자리에서 처음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야권에선 사과 장소가 국무회의였던 데다 내용 대부분을 ‘적폐 청산’에 할애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2주 뒤 대국민 담화 자리를 따로 마련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다만 야권에서도 이번 참사와 관련한 공세의 수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 때와 달리 현재 여론은 관망세에 가까워서다. 지난 3일부터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오차범위 밖의 변동 폭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정당 지지율도 제자리걸음이다. (시사저널 “이태원 참사 정부책임론? 여론은 ‘관망세’” 기사 참조) 이 같은 국면에서 과도한 공방은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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