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는 끝? 가열되는 이태원 참사 ‘네 탓’ 공방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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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경찰청장 면전에서 “왜 보고만 있었느냐” 질타
국민의힘, MBC 보도 거론하며 “방송 탓 인파 몰려” 비판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나자마자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공개회의 발언까지 공개하며 경찰 수뇌부를 참사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킨 방송사까지 ‘공범’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비공개발언 내용을 기자단에 구체적으로 알리는 건 이례적이다.

공개된 발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윤희근 경찰청장 면전에서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윤 대통령이 격앙된 어조로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이 아니다. 정보 역량도 뛰어나고”라면서 한 말이라고 이재명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게 모인 인파를 통제할 권한이 없었다는 경찰 측 항변을 언급하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인파 사고를 막기 위한 인파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은 밀집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이것은 어디 구석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 주(主)도로 바로 옆에 있는 인도에서 벌어진 사고”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정도 되면 주도로를 당연히 차단했어야 한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할 책임이 어디에 있나. 경찰에 있다”고 꼬집었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112 신고 전화를 접수하고도, 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질책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경찰뿐 아니라 공영방송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참사를 경고하기는커녕, 되레 축제분위기를 고조시켜 이태원에 인파가 더 몰렸다는 주장이다.

이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MBC의 ‘3년 만에 노마스크, 핼러윈 이태원에 모인 구름인파’ 보도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밖에도) 4개 공영방송이 저렇게 방송해서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경찰과 지자체도 문제지만, 이런 방송을 하는 자체도 문제가 있다”며 “공영방송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MBC 《PD수첩》은 참사 직후 애도의 표현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당국의 사전 대응 관련 문제점 제보를 기다린다고 했다”며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발언 조작, 김건희 여사의 대역 논란부터 이번 참사까지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단 듯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MBC 비판에 가세했다.

이어 “(방송사들은) 애도 기간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내용으로 조회 수와 트래픽 늘리기에 급급했다”며 “언론은 자극적 보도를 자제하고, 국민 모두 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도록 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남 탓하지 말라”고 맞섰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일각에서 전 정부 책임, 민주당 책임, 공영방송 책임을 묻는데 남 탓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공영방송이) 축제 홍보 방송만 했느냐. MBC도 수차례 재난방송을 했고, 재난보도 준칙을 지키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도 했다”며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계속 근거도 없이 MBC만 공격하는데 받아 칠 말이 있으면 받아치라”며 “국회의원이라고 다 옳은 말을 하느냐”고 비꼬았다.

정 위원장은 또 공영방송이 아닌 종합편성채널의 선정적 보도를 지적하며 “이태원 참사도 참사지만, 방송참사적인 방송을 한 곳도 많더라. 이런 부적절한 것에 주의를 주고, 경고를 하는 게 방통위와 방심의의 업무”라고 밝혔다.

한편,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을 참사의 ‘가해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10월29일 밤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이었던 류미진 총경, 용산소방서장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또 용산서 정보과 과장과 계장은 참사 당일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를 경고한 내부 보고서를 참사 뒤 삭제한 혐의(직권남용, 증거인멸)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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