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정부, 늘린다던 ‘긴급신고전화 통합’ 예산 줄였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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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확대’ 사전 협의했는데…19개 재난‧안전 사업 예산 되레 줄어
증액한다던 ‘국가재난관리 정보시스템’ 구축 예산 20% 넘게 감소
윤석열 대통령이 11월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월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당초 투자를 늘리기로 했던 ‘긴급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운영 사업과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등 일부 재난‧안전 관련 내년도 예산을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관련 법에 따라 ‘사전협의’를 통해 검토와 심의·협의 등을 거쳐 ‘투자 확대’ 등급을 매긴 사업들이지만,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되레 예산이 감액 편성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을 바로 세우겠다고 했지만, 정작 관련 예산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내년도 ‘긴급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 및 운영’ 사업 예산은 34억8400만원으로 올해 예산(37억8600만원)보다 8.0% 감소했다. 액수로는 3억원이 넘게 줄었다. 부처의 요구액은 38억5900만원이었다. 내년도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예산은 67억4900만원으로 올해(85억3800만원)에 비해 21.0%나 줄었다. 18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부처는 98억1900만원을 요청했다. 실제 편성된 예산 액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긴급신고전화 통합’ 예산 작년보다 8% 줄어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신속하게 구할 수 있는 재난‧안전 관련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기관마다 제각각 운영하던 각종 긴급신고전화를 112(범죄)·119(재난)·110(민원)으로 통합한 결과 비상출동 시간이 절반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경찰·소방·해경 간 긴급신고에 대해 상호 간 공동대응이 필요한 경우 시스템을 통해 신고정보(신고내용, 재난위치, 신고자 연락처 등)도 공유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를 구축해 2016년부터 시행했는데,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나타났듯 기관들의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체계가 보다 유기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소방방재청 등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재난상황 관리를 총괄하는 시스템이다. 재난의 체계적인 예방, 대비, 신속한 대응, 복구업무 지원 및 화재·구조구급 등 119서비스 업무 전 과정을 정보화해 대국민 재난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더욱 발전해야 할 재난‧안전 관련 인프라로 손꼽힌다. 한국의 대표 방재시스템이지만, 현재는 공급자 중심적 시스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당초 두 사업의 예산 모두를 증액할 계획이었다. 사전에 행안부와 기재부 등이 검토하고 심의‧협의해서 ‘투자 확대’ 등급으로 분류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재난‧안전 관리 사업 예산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사전협의’를 거친다.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 관리 사업 예산의 투자 방향과 우선순위, 적정성 등을 사전에 검토하고, 기재부 장관이 이를 토대로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이다. 

사전협의안은 민간 전문가의 검토와 자문을 거쳐 세부기준에 따라 각 재난‧안전 사업의 필요성 및 평가결과, 투자 여건 등을 분석‧진단해 사업별 점수가 부여되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사업별로 획득한 총점에 따라 상대평가 방식으로 전년 대비 ‘투자 확대’, ‘투자 유지’, ‘투자 축소’ 등 3개의 등급으로 분류된다. 2023년도 투자 등급 비율은 투자 확대 30~40%, 투자 유지 50~60%, 투자 축소 10~20%로 분류됐다. 

이렇게 ‘사전협의’를 거쳐 연구개발(R&D) 사업을 제외한 내년도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 377개는 ‘투자 확대’ 116개 사업(30.8%), ‘투자 유지’ 190개 사업(50.4%), ‘투자 축소’ 71개 사업(18.8%)으로 분류됐다. 

2023년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예산 사전협의 결과 투자확대 등급 사업 중 예산안 규모 유지 또는 감액 사업 현황ⓒ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3년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예산 사전협의 결과 투자확대 등급 사업 중 예산안 규모 유지 또는 감액 사업 현황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그런데 실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투자 확대’ 등급 사업 116개 중 19개 사업(16%)은 예산안 규모가 전년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당초 계획과 달리 예산이 줄어든 재난‧안전 사업으로는 ‘연안 정비’ 사업(전년 대비 14.7% 감액), ‘지진조기 경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사업(8.4% 감액), ‘항공안전체계 구축 및 유지관리’ 사업(6.3% 감액), ‘사이버수사시스템 구축’ 사업(3.4% 감액) 등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원자력 안전기반 조성’ 사업 예산도 전년에 비해 0.3% 줄었다. 

부처가 새롭게 예산을 요구한 재난‧안전 관련 사업 중 아예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사업들도 있었다. 생활권 보행안전 개선사업(153억원), 재난안전통신망 현장역량 강화 및 활성화 사업(10억원), 재난현장 첨단장비 운용(5억원),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및 운영(8억3600만원) 등의 사업은 ‘투자 확대’ 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1원도 반영되지 않았다. 

 

늘리겠단 예산은 줄이고, 줄이겠단 예산은 늘려

정반대로 예산을 줄이겠다고 사전에 협의해 놓고, 예산이 증액된 경우도 있었다. ‘투자 축소’ 등급이 매겨진 71개 사업 중 4개 사업(5.6%)은 예산안 규모가 전년 대비 되레 증가했다. 국회 예결위는 내년도 예산안 종합 검토보고서에서 “이들 사업 중 1개(천연물의약품 안전관리)는 전년 대비 예산이 131.2% 증액 편성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 예산 사전협의 결과가 예산안 편성시 적절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2023년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예산 사전협의 결과 투자축소 등급 사업 중 예산안 증액 사업 현황ⓒ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3년 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예산 사전협의 결과 투자축소 등급 사업 중 예산안 증액 사업 현황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에 대해 행안부는 사전협의 결과가 정부 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게 기재부와 적극 협의하고 있지만, 국가 재정상황과 재정 운용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기재부가 예산안 편성시 사전협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규정돼 있어 사전협의 결과가 정부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역시 한정된 국가재정 상황과 다른 재정사업 평가 결과, 사업별 특이사항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사전협의 결과를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는 사전협의 결과와 예산안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결위 검토보고서는 “사전협의 제도는 재난‧안전 사업의 효율적 재정운영을 위해 도입됐고 사전협의안이 전문가의 자문과 검토를 거쳐 재난‧안전 사업의 필요성 및 평가 결과, 투자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진단해 마련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전협의 결과와 예산안 편성의 연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각종 재난안전 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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