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대통령 ‘이XX’ 하니 수석들은 ‘웃기고 있네’…당연하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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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 尹대통령 직격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0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0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대통령실 수석들의 '웃기고 있네' 메모 파문에 대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박 전 원장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실 수석들의 국회 비하 논란에 대해 "역설적으로 보면 당연했구나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원장은 "대통령도 국회의원한테 '이XX'하니깐 그 (대통령과 일하는) 수석들은 국회의원한테 '웃기고 있네',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가장이 잘해야 식구들이, 아들딸들이 잘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도중 내놓은 논란의 발언을 언급한 것으로,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가 함께 일하는 수석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박 전 원장은 당시 국감장 상황에 대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 중에 김은혜 수석 등이 깔깔깔 웃고 하니까 주호영 운영위원장한테 항의해서 주의를 줬다고 한다. 그러더니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주고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를 주고 받은 당사자인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국회의원들 향한 게 아니라 전날 있었던 문제에 대한 사적 대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웃기고 있네'가 '웃겼어' 그러면 과거니깐 (해명이 맞을지) 모르지만, '웃기고 있네'는 현재형"이라며 당시 현장에 있던 국회의원들을 향한 표현이 맞다고 해석했다. 이어 "(대통령실 수석들도) 잘못할 수 있다. 그러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을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뒤편으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왼)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동행했다. ⓒ 연합뉴스
11월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뒤편으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왼)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동행했다. ⓒ 연합뉴스

박 전 원장은 김대기 비서실장의 설명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어쩌고 때처럼 영상이 다 진실은 아니지 않나'(라고 김 실장이 말했는데) TV에서 찍은 영상이 어떻게 사실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도 (윤 대통령 발언이) '바이든'이라고 인정하는 거다. (대통령실 해명대로라면) '날리면'이라고 해야지"라고 말했다. 

김 실장이 '민심보다 중요한 게 팩트'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팩트가 사실이어야 민심이 따라간다"며 "우리 국민 70~80%가 '바이든이다' 하고 김대기 실장도 '바이든 어쩌고 하는 때처럼'이라고 말했잖나.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고 쏘아붙였다. 

진행자가 '두 사안에서 공통되게 흐르고 있는 것은 국회 경시인가'라고 질문하자 박 전 원장은 "국회 경시가 아니라 독재정부나 군사정부에서나 할 수 있는 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참사 이튿날 이태원 골목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며 '압사? 뇌진탕 이런게 있었겠지' '여기서 그렇게 사람이 많이 죽었어'라고 한 데 대해서도 "마치 검사가 현장조사 나가서 거기 경찰들에 물은 얘기"라며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어떻게 참사 직후 보고받았다는 분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박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가위기관리능력을 상실한 정부"라며 "한덕수 총리가 '당시 한국 정부는 없었다. 국가는 없었다' 모처럼 옳은 말을 했던데 이건(이태원 참사는) 무정부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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