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받자’ 돈 몰리는 은행…정기예금 56조원 증가 ‘역대 최대’
  • 지웅배 디지털팀 기자 (jwb0824@gmail.com)
  • 승인 2022.11.0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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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신금리 상승 때문”…가계대출 6000억 줄어
기업 원화 대출 13조 늘어…10개월째 증가세
지난 10월31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 10월31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달 은행권 정기예금에만 56조원 넘는 돈이 몰렸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5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보다 6조8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정기예금은 56조2000억원 늘어났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황영웅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의 자금 유입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은 44조2000억원이 줄었다. 해당 예금은 언제든 입출금 가능한 상품을 말한다. 정기예금 등 저축성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기업·가계 자금이 유출됐다고 추정된다. 자산운용사의 수신도 10월 한 달간 4조4000억원 늘어 9월 12조4000억원 감소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머니마켓펀드(MMF)도 6조4000억원 증가했다. 해당 펀드는 고객이 맡긴 돈을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을 말한다. 분기 말 계절 요인 해소와 국고 여유자금 유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형펀드와 기타 펀드 역시 각각 3조1000억원, 3000억원씩 늘었다. 반면 채권형펀드에선 4조7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여신은 감소세다.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000억원 줄었다. 10월에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일은 역대 처음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4∼6월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후 7월 3000억원 줄고, 8월 3000억원 늘고, 9월 다시 1조3000억원 늘면서 증감을 반복했다. 이후 10월은 6000억원 줄면서 감소세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94조8000억원로 한 달 새 1조3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2000억원은 전세대출 증가분이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62조8000억원으로 1조9000억원 줄었다. 10월 기준 첫 감소일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째 내리막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도 10월 2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을 모두 합친 수치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폭은 2조원으로 9월 1조9000억원보다 소폭 늘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조2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업권별로는 은행권에서 6000억원 줄고, 제2금융권에서는 4000억원 늘었다.

한편 은행의 기업 대출은 10개월째 늘었다.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6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10월 기준으로 2009년 이래 가장 컸다.

기업별로는 대기업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대출 증가액은 10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중소기업대출도 개인사업자 대출 1000억원을 포함해 4조4000억원 늘었다. 황 차장은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계속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 위축 영향으로 대기업이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중소기업대출도 운전자금 수요 지속, 부가가치세 납부 등 계절 요인으로 상당 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회사채는 3조2000억원 순상환됐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다만 CP·단기사채는 한 달 새 4000억원 순상환에서 3조1000억원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황 차장은 "CP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금융기관이 발행한 CP는 다소 애로가 있었으나, 민간기업들의 CP는 우량기업 중심으로 발행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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