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한파에 ‘밀리의서재’도 철회…타이밍 재는 ‘대어들’ 선택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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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 금리 인상으로 투자 위축
출격 대기 기업들, 해 넘겨 상장 시점 고를 듯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 ‘밀리의서재’ ⓒIR큐더스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 ‘밀리의서재’ ⓒIR큐더스

KT그룹 내 콘텐츠 사업 교두보로 떠올랐던 ‘밀리의서재’가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기업공개(IPO) 간담회가 열린 지 약 4일 만이다. 밀리의서재와 함께 수요예측을 진행한 제이오 역시 코스닥 상장을 거둬들였다. 전 방위적인 투자심리 위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8일 전자책 구독 플랫폼 밀리의서재와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 제조기업 제이오가 공모 철회를 공시했다. 지난 4~7일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부진한 성적표가 나오자 결국 철회에 나선 것이다. 밀리의서재는 예상 시가총액 2000억원, 제이오는 6000억원 규모를 기대했지만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리의서재 측은 “최근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등으로 위축된 IPO 시장 상황이 플랫폼 기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밀리의 서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밀리의서재는 서영택 대표가 지난 4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공모금액 일부가 줄어들더라도, 투자할 타이밍이라고 본다. 계획대로 상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철회 수순을 밟게 됐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재확인한 IPO 시장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비록 두 회사가 공모 규모가 10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았지만 그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1조원대 IPO 대어를 불렸던 기업들은 올해 잇따라 상장 철회를 선언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상장을 철회했고,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은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이 가운데 금리 인상 국면에서 지난 8월 상장을 강행했던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는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2만8000원으로 상장했다. 코스닥 입성 후 하락을 거듭하며 현재 주당 1만6000~1만7000원선에 위치해있다.

박재욱 쏘카 대표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9일 열린 ‘컴업 2022 개막식’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박 대표는 “금리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있기 때문에, 높이 올라갔던 만큼 떨어지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 조달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상장사부터 프리 IPO, 시리즈 C 투자를 받는 회사들 순으로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월 상장을 준비 중인 케이뱅크 ⓒ케이뱅크
내년 1월 상장을 준비 중인 케이뱅크 ⓒ케이뱅크

증시 상황 지켜보자상장 시점 저울질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올 연말 상장이 유력했던 케이뱅크와 컬리는 내년 초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경우 동종업계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근 곤두박질치면서 상장 시기 조율에 나섰다. 지난달 IPO 철회 보도가 나왔던 컬리는 변함없이 상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상장을 앞두고 낮아진 기업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케이뱅크와 컬리는 각각 지난 9월과 8월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내에 상장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올해 자회사 SK쉴더스와 원스토어 상장을 추진했던 SK스퀘어는 e커머스 기업 11번가의 주식시장 입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 8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계 시황이 좋지 않다. 네이버, 쿠팡 등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8일 ‘SK 테크 서밋’ 행사에서 “다양한 옵션이 있다”며 “오프라인 (상거래) 플레이어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협업하는 시나리오도 있다”고 밝혔다. 무리하게 상장을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올 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른 상황이라 원하는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 자금의 운용 폭이 크지 않아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IPO 준비 기업들은 연말을 지켜보면서 증시 흐름에 따라 상장 시기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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