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현장 처음과 마지막을 지켰다” 끝내 눈물 흘린 소방관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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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함 속 소방의날 60주년 맞이한 소방관들
최성범 서장 수사에 “꼬리자르기 중단하라”
11월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한 대원이 울먹이며 당시 상황을 전하자 참석자들이 침통해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한 대원이 울먹이며 당시 상황을 전하자 참석자들이 침통해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장에 처음 도착해 마지막까지 지킨 것이 소방인데 돌아오는 것은 정작…"

소방의날 60주년을 맞이한 9일 전국의 소방대원들은 공식행사 없이 조용한 기념일을 보냈다. 이태원 참사 구조 활동에 나섰던 용산소방서 직원들과 일선 소방대원들은 피의자로 입건된 최성범 서장에 과도한 수사와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멈추라고 호소했다. 

용산소방서 소속 대원들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해 고군분투한 최 서장을 입건한 데 대한 참담함과 답답함을 드러냈다. 

김진철 행정팀장은 "저희는 현장에서 너무 열심히 일했고, (최성범) 서장님은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갔고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며 "저희는 할 만큼 다 했다. 억울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호소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김 팀장은 울먹이며 "(경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입건에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혐의) 내용도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걸어 넘긴다.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은주 구급팀장도 "저희 구급대원들은 (참사 당시) 단 한 순간도 걷지 않고 계속 뛰었다. 구급대원만이 아니라 출동한 모든 대원이 똑같이 활동했을 것"이라며 "그런 활동 행적이 묻히게 될까 봐 너무나 두렵고 무섭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와 간담회 도중에도 긴급 구조상황이 발생했다는 경보에 소방대원 다수는 현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 대표는 소방관들의 거듭된 호소에 "국가적 대참사의 엄중한 책임이 일선에서 분투했던 여러분에게 전가되거나, 꼬리자르기 방식으로 흐지부지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책임까지 뒤집어쓸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공감한다. 전쟁에 졌을 때 지휘관의 책임이 제일 크지, 일선에서 싸운 병사의 책임이 아니다"며 "이 사건이 왜곡되지 않게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걸맞은 책임이 부과되게, 억울한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 서장은 자신을 향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업무 현황 및 참사 당시 상황을 보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대응에 나섰던 소방관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대응에 나섰던 소방관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수본은 지난 7일 최 서장이 소방대응단계를 신속하게 발령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이에 최 서장이 참사 당시 현장을 수습·지휘하면서 브리핑 도중 마이크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는 모습이 재조명됐고 "과도한 처사"라며 공분이 일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이하 소방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일선 지휘관 책임을 묻는 것은 소방관 7만 명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과 같다"며 "꼬리자르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소방노조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직접 순찰하지 않아도 될 위치에 있었지만,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안전센터 인근에서 예방 순찰을 할 만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며 "참사가 발생하자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고, 떨림을 뒤로한 채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일선 지휘관의 역할을 다했다. 용산소방서가 가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모두 투입했고, 마지막까지 참사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도, 용산구청장도, 용산경찰서장도 없던 참사 현장에서 구조·구급 업무 외에 인파와 교통관리 업무까지 하며 참사 예방과 수습을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이런 일련의 일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를 보면서 꼬리자르기, 구색 맞추기, 짜맞추기, 희생양 찾기 수사라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꼬리자르기 수사 즉각 중단, 진짜 책임자 규명, 참사 원인 규명'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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