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새 국면 접어드나…러, ‘전략 요충지’ 헤르손서 철수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11.10 1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 “보급 불가능…드니프로 동안으로 철수”
AP “8개월간 점령한 유일한 주도…러 군에 큰 좌절”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의 주민이 9일(현지 시각) 파손된 거리를 따라 난방용 목재를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의 주민이 9일(현지 시각) 파손된 거리를 따라 난방용 목재를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점령지 헤르손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에서 철수하면 러시아 측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철수를 확신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각)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 “더는 헤르손시에 대한 보급 활동을 할 수 없다. 11만5000명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당신의 결론에 동의한다”며 “군대를 철수해 이동하라. 병력과 무기가 안전하게 드니프로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철군 발표를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적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지 않고 선의의 제스처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두 쟁취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우리는 감정 없이, 불필요한 위험 없이, 우리의 땅을 모두 해방시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주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로이터통신에 “일부 러시아군이 아직 헤르손주에 주둔하고 있어 철수했다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러시아가 싸우지 않고 헤르손을 떠난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며 “행동은 말보다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군의 철수가 동맹의 성과라고 강조하면서도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병력뿐만 아니라 장비·탄약 면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나토 동맹국들과 서방 파트너국들의 지원으로 얻을 수 있었던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여전히 많은 군사력을 갖고 있다”며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 군대의 잔혹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헤르손 철수에 대해 “러시아군이 어떤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흑해와 크림반도로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일주일 만인 지난 3월 헤르손을 점령했고, 지난달에는 다른 우크라이나 지역 3곳과 함께 헤르손을 러시아 영토로 합병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이곳 전선에서 대대적 공세를 펴왔고, 이에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수차례 주민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군의 이번 철수 결정이 “러시아에 중대한 좌절이자, 이번 전쟁의 잠재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러시아군이 8개월간의 전쟁에서 점령한 유일한 주도가 헤르손시”라며 “철수는 큰 좌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