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운명 걸린 IRA 법…‘기대 이하 성적표’ 받아 든 공화당 선택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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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전면 개정 가능성 낮은 듯…“협상 통해 국내 기업 예외 조항 끌어내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10월 25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의회 지형이 바뀌면서 자동차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3년 유예안’이 수정 반영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공감하는 터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10일 미국 중간선거 개표 결과, 공화당의 4년 만에 하원 탈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상원은 12월 조지아 결선투표에 따라 다수당의 향방은 최종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일단 상하원 모두 탈환을 노렸던 공화당으로선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관심은 IRA 개정 여부다. 하원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바뀔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IRA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 차기 하원 의장으로 거론되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9월 “다수당이 되는 첫날 IRA 관련 예산을 폐기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IRA 청문회 개최를 공헌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도 IRA 손질 움직임이 있다. 지난 9월 민주당 소속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북미에서 최종조립한 전기차에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IRA 조항을 3년 유예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4일에는 테리 스웰 앨라배마주 하원의원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냈다. 상·하원에서 모두 한국 관련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조지아주는 현대차가 지난달 25일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을 연 곳이고, 앨라배마주에도 기존 생산공장이 있다.

하지만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선거 유세 기간 거론한 IRA 폐기 혹은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RA 관련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해 밀어붙인다 해도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원을 통과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IRA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환경, 노동 등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적 성과사업을 담고 있기에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무리하게 개정안을 밀어붙였다는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기에 공화당으로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협상 카드 제시하며 우리 기업 예외 조항 요구해야”

한국은행도 지난 4일 ‘미국 중간선거 관련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를 통해 “공화당 측에서 IRA에 대한 개정 및 폐기와 관련한 발언이 있으나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은 낮다”며 “이미 제정된 IRA 법안을 개정 또는 폐기하기 위해서는 양원의 동의와 함께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번 선거 결과로 법이 변경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특히 IRA 제정 목적인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개편과 중국 견제에 양당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폭의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미국 우선주의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미 정책 협상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국내 기업이 미국과의 공급망 투자 및 기술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업계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는 등의 제안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앞서 미 재무부는 IRA 하위규정을 마련하면서 지난달 5일부터 한 달 동안 의겸수렴을 진행한 바 있다.

전문가는 IRA 최종 시행에 앞서 미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과 설득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원 부교수는 지난 9월 ‘IRA 의미와 쟁점 및 대응방안’에서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비롯해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시설까지 투자 약속을 한 우리 기업에 대하여 IRA 적용대상으로부터 예외 및 면제를 부여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의 사례를 통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설득 작업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EU는 현재 2026년 시행 예정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부담금의 미국 면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IRA에 대한 EU 생산 전기차의 면제 적용을 확보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교수는 “우리 정부도 현재 미국과의 통상현안 중 상호주의 차원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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