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현장서 “어떻게 된거에요” 우왕좌왕…박희영 또 거짓 해명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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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 현장 점검도, 상황실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밤 11시 넘어 참사 골목 나타나 소방대원에 경위 물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있다. ⓒ연합뉴스
11월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행적이 하나둘 확인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 구청장은 당초 해명과 달리 이태원 일대 현장 점검을 한 적이 없었고, 용산구청 내 상황실 역시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용산구 등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전 오후 8시20분과 9시경 이태원 일대를 두 차례 점검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박 구청장 측은 참사 직후 공개한 행적에서 경남 의령군 축제 출장을 다녀오면서 구청 근처에 내려 퀴논길 일대를 둘러봤다고 밝혔다.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가 운집되는 것을 고려해 이태원 일대를 시찰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2시간 전 이태원 앤틱가구 거리에서 하차한 후 곧장 자택으로 향했다. 

당시 박 구청장 이동 경로가 담긴 CCTV에는 박 구청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집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앤틱가구 거리는 퀴논길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으로 박 구청장 자택과 곧장 이어진다. 참사가 발생한 세계음식문화거리 일대나 퀴논길보다 유동 인구가 적다.

귀가한 박 구청장은 당일 오후 10시51분 주민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참사를 첫 인지할 때까지 계속 집에 머물렀다.   

참사 직후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달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당일 밤 11시2분께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박 구청장이 "저 구청장이에요. 어떻게 된 거에요?"라며 현장을 수습 중인 소방대원을 붙잡고 질문하는 장면이 담겼다. 

용산구청이 참사 이튿 날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박 구청장이 밤 10시50분경 현장에 도착했고, 용산구청에 밤 11시부터 설치된 긴급상황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고 돼 있는데 그 시각 박 구청장은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에게 경위를 묻고 있었다. 

소방당국이 참사 당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6차례 진행한 상황판단회의에도 박 구청장은 단 한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들이 11월8일 서울 용산구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행정지원국·문화환경부 사무실, CCTV 통합관제센터 등 19개소에서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 연합뉴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들이 11월8일 서울 용산구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행정지원국·문화환경부 사무실, CCTV 통합관제센터 등 19개소에서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 연합뉴스

박 구청장이 참사 전부터 상황실을 설치해 재난 상황에 대응해 왔다는 점 역시 거짓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용산구청이 지금까지 '상황실'이라고 밝혀온 곳은 '당직실'이었다. 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 근무자 8명은 자신들이 종합상황실 성격의 업무를 해야하는 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당직실은 비상연락망 가동이나 관할 구역 순찰 등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관련 내용도 특이사항으로 간단히 언급한 게 전부였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박 구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휴대전화를 압수, 당일 행적과 참사를 전후한 조치 상황 등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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