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용승인 전 화순키즈라라 ‘반쪽 개장’ 뒷말 무성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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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관청에 사용승인 신청만 해 놓고 버젓이 ‘개장식’ 강행 논란
”300억짜리 미준공 시설임을 공개한 꼴“…안전조치없이 체험관 출입
개장식서 때 아닌 트로트 공연…이태원 참사 추모 분위기에 역행
전남 화순군 도곡온천지구 내에 건립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즈라라가 사용승인 전에 개장식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오후 야외 잔디광장에서 열린 개장식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화순군 도곡온천지구 내에 건립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즈라라가 사용승인 전에 개장식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오후 2시 야외 잔디광장에서 열린 개장식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화순군 도곡온천지구 내에 건립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즈라라가 사용승인 받기 전에 개장식부터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키즈라라는 11일 오후 2시 구내 잔디광장 일원에서 주민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을 열었다. 하지만 직업체험관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의 졸속개장, 미준공 시설에 대한 안전 조치없이 출입 허용, 이태원 참사 추모분위기와 어긋난 축하공연 등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전체 건물이 정식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버젓이 개장식을 해 빈축을 샀다.  

 

개장식은 했지만 전체 사용승인은 ‘감감’ 

㈜키즈라라는 전남 화순군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폐광대체법인이다. 지난 2012년 1월 화순군의 광산지역 석탄산업 위축이 지속되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돼 설립됐다. 한국광해관리공단 250억원, 화순군 205억원, 강원랜드 200억원 등 3개 기관이 총 655억원을 출자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경영업체로 선정된 키즈라라는 화순군 도곡면 도곡온천관광지 내 16만107㎡(4만8432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8128㎡ (2459평) 규모로 총사업비 290여억 원을 들여 어린이직업체험관을 건립했다. 지난 2020년 12월 어린이체험시설 건축물 공사를 완공한데 이어 최근 내부 직업체험관과 키즈카페 조성도 완료했다. 

전남 화순군 도곡온천지구 내에 건립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즈라라가 사용승인 전에 개장식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설 라운딩 이벤트가 열린 1층 직업체험관 입구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화순군 도곡온천지구 내에 건립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즈라라가 사용승인 전에 개장식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설 라운딩 이벤트가 열린 1층 직업체험관 출입구 ⓒ시사저널 정성환

하지만 사용 승인 신청만 해놓고 오픈 행사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이 시설은 1층 홀과 키즈카페, 2층 사무실이 임시사용 승인된 상태다. 핵심 시설인 1층 직업체험관은 허가관청인 화순군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건축물 지붕 공사와 내부 공사 과정에서 안전관리계획과 품질관리계획 등의 수립 후 관할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나 이를 무시한 공사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즈라라는 지난달 중순 사용 승인을 신청했으나 화순군은 2차례에 걸쳐 보완을 요구하며 불응시 승인 불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체 사용승인 시기 또한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졸속 개장으로 화순군민 수백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준공 시설이라는 점을 공개(?)한 꼴이 됐다. 

무엇보다 이날 개장식에도 불구하고 시설의 핵심 공간인 직업체험관은 가동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제때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서다. 이로 인해 이곳에서 근무예정이던 90여명의 운영요원들이 집에서 대기 중이다. 무늬만 개장식이라는 비판이 적잖은 이유다.   

화순읍에 사는 한 주민은 “개장식을 한다기에 행정절차가 다 마무리된 줄 알았다”며 건축물 전체에 대한 미준공 상태에서 버젓이 개장식을 강행하고, 직업체험관을 둘러보는 것은 괜찮다는 식의 키즈라라 측의 해명이 와 닿지 않는다”고 곱씹었다.

안전 불감증도 드러냈다.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이 나지 않았다 것은 공사 중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설물을 개방해선 안 된다, 일부 참석자는 뒤늦게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사실을 알고 ”준공 안 됐느냐“며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특히 이날 개장식 식후행사로 열린 직업체험관 시설 라운딩 이벤트에서는 안전교육 미실시와 안전모 미착용 상태로 내빈과 주민들을 입장시켜 안전불감증이 도졌다는 눈총을 샀다. 참석자들의 안전을 위한 배려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실내 공기질 검사 결과도 공개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어 방문객들 사이에서 기준치가 넘는 알데하이드 등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한 전문가는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시설에 안내한 것은 위험이 도사린 건축물에 군민들을 노출시킨 것은 요즘 민감한 사안으로 작용하고 있는 참석자들의 안전 보호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부적절한 행위다“며 ”원칙적으로 출입을 금지해야 마땅하나 불가피한 경우 최소한 안전교육 실시와 안전모를 지급한 후 입장을 허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키즈라라 관계자는 “사용 승인을 받지 않았더라도 개장식은 할 수 있다”며 “이미 일정이 잡혀 불가피하게 행사를 추진했으며 대부분 밖에서 행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전남 화순군 도곡온천지구 내에 건립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즈라라가 사용승인 전에 개장식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키즈라라는 11일 오후 2시 구내 잔디광장 일원에서 주민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을 열었다. 초대가수 초청 축하공연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화순군 도곡온천지구 내에 건립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즈라라가 사용승인 전에 개장식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키즈라라는 11일 오후 2시 구내 잔디광장 일원에서 주민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을 열었다. 초대가수 초청 축하공연 ⓒ시사저널 정성환

무늬만 개장식서 트로트 공연 빈축 

개장식 축하공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식후 순서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2’에서 3위에 오르며 트로트 샛별로 주목받은 10대 가수 김다현과 김연자 이후로 40년 만에 일본에서 엔카를 부르는 한국 가수로 알려진 조정민의 공연이었다. 김다현은 광주에서 판소리를 배운 인연 등을 소개하며 무등산을 소재로 한 노래 ‘무등산’과 정통 트로트 곡인 ‘섬마을 선생님’을 불렀다. 조정민은 빠른 댄스 트로트 곡을 선보이며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개장식 중 트로트 공연은 관할관청인 화순군으로부터 전체 사용승인을 얻지 못하고 부분 개장하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공연이라는 지적이다. 또 오랜 기간 개장을 학수고대해 온 지역민들에게 가동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태원 참사 추모 분위기와 맞물려 취지가 퇴색했다는 평가다. 

국가적인 추도 분위기를 고려해 예정됐던 축제 축하공연을 취소한 다른 지자체와도 대조를 보였다. 진도군은 1일 군민의 날 축하 공연 등을 취소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진도 씻김굿을 진행했다. 군은 이날 진도 출신 가수 송가인씨 등 국내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축하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가수 이찬원이 화순군에서 열린 ‘제1회 테마파크 소풍 가을 대축제’에 참석해 애도 취지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해남군은 미남(味南)축제를 일주일 연기한 뒤 축제 프로그램 중 대규모 축하공연 등은 취소하고, 전시체험프로그램 위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 채아무개(62)씨는 “이태원 참사 관련 국가애도기간은 끝나지 않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아직 추모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며 “더구나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기 위한 대비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런 공연을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승인권 쥔 화순군 난색에…논란의 개장식 강행, 압박 카드였나

이번 개장식 논란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소한 임시사용 승인이라도 받고 개장했던 다른 기관들과 달리 키즈라라가 개장을 밀어붙이자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지역사회 일부에서는 차제에 키즈라라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볼모로 승인권자인 화순군을 압박하기 위해 개장식을 밀어 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일각의 전문성과 능력이 부족한 인물들이 자리를 독차지하며 설익은 의사 결정으로 회사를 궁지로 몰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날 개장식도 이런 비판을 덮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풀이된다. 회사 안팎에선 법인설립 준비기간까지 포함해 14년을 맞이한 임직원들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위기다. 

개장 초장부터 미준공 시설로 낙인 찍혀 굴욕을 당한 키즈라라가 조직을 일신하고 심기일전해 당초 설립 취지대로 화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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