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사라진 라임 사태…도주한 김봉현 어디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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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항 가능성 대비 전국 항만·포구 경계 강화
국내 빠져 나갔을 가능성도…수사 장기화 우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월11일 오후 재판을 앞두고 전자장치를 끊은 채 도주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공개 수배령을 내리고 그의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서울남부지검 제공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월11일 오후 재판을 앞두고 전자장치를 끊은 채 도주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공개 수배령을 내리고 그의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서울남부지검 제공

전자장치를 끊고 잠적한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행방이 나흘째 묘연하다. 해외 도피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밀항 가능성에 대비하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4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 항만과 포구를 중심으로 김 전 회장 밀항에 대비한 해상 경계와 순찰이 대폭 강화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한 지난 11일 전국에 공개 수배령을 내리고 해경청과 군에 긴급 협조를 요청했다.  

해경청은 경기 평택과 충남 보령, 전북 군산·부안, 전남 목포 등 서해안과 부산, 울산 등 남해안에 각 해경서 소속 경비함정을 추가로 배치한 상태다.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밀항 루트는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락책과 운반책, 알선책이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어 추적이 쉽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이 이미 해외로 빠져 나갔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 전 회장이 도주 전 조카 A씨를 통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 도주 이튿날 그의 도주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조카 A씨의 서울 자택에서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 과정에서 A씨와 휴대전화 유심을 바꾼 정황을 포착했다. 다만,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에는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는 형법 규정에 따라 A씨를 체포하진 않았다. 

1조6000억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 라임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 자금 400여억원을 빼돌려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 석방됐다. 조건은 보증금 3억원과 주거제한, 도주 방지를 위한 전자장치 부착 등이었다.

1년 넘게 재판에 성실히 출석했던 김 전 회장은 결심 공판을 불과 1시간30분여 앞두고 도주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께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잠적했다. 

검찰은 중형이 예상되는 김 전 회장의 결심·선고공판이 다가오면서 그가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별건 혐의를 포함해 두 차례에 걸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연거푸 기각됐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보석취소를 청구하며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주거제한만 있을 뿐 외출이 자유롭고 수사를 피해 도주 전력이 있는 데다 중국 밀항을 준비 중이라는 수감 동료자들의 진술까지 확보했지만, 구속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법원은 김 전 회장이 보석 이후 1년 넘게 재판에 출석해왔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번번이 검찰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 공판에서도 "보석을 취소해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온 라임 사건 주범의 도주를 막아야 한다. 재판 기간 중 성실히 출석했다는 점이 선고기일 출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김 전 회장이 밀항 준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폰에 대해서도 통신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결국 법원은 김 전 회장 도주 사실이 알려진 후 보석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김 전 회장은 종적을 감춘 뒤였다. 김 전 회장이 도주하면서 그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6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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