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집착해 곪은 韓 교육…‘hagwon’ 산업 23조원 넘어”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11.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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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교육·직업선택 상관관계 사실상 제로…OECD 유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교육체계가 노동시장과 괴리를 일으키며 청년층의 정신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외신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 시각) ‘한국의 교육성과가 진화하는 경제에서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한국의 경제적 성공의 핵심 동력인 교육시스템이 다양한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며 “(문제는) 현대 노동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부터 청년층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까지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교육에 대해 “선진국에서 대학 졸업자 비율이 가장 높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민들의 교육열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의 시스템은 한국이 1950년대 초반 전쟁의 잿더미에서 벗어나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어 블룸버그는 한국 교육체계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곪아있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직업능력이 아닌 명문대 간판에 대한 집착, 평생교육 부족,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산업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특히 ‘학원’을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긴 ‘hagw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한국 교육지출 대부분이 이곳(hagwon)으로 향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교육 지출이 높은 데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지난해 한국의 사교육비 총액이 23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또 입시 준비용 학원의 월 수강료가 수십만원에 달하며,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인 ‘영어 유치원’의 수강료는 대학 등록금의 5배 수준인 300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고 매체는 소개했다. 반면 학생 1인당 교육지출 대비 근로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OECD 최하위 수준으로, 교육 지출 대비 노동생산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교육과 직업능력, 노동시장 수요 사이의 괴리도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로 인해 직업계고 졸업생들마저도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또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전공과 거의 무관한 일을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노동시장 수요와 직업능력 사이의 불일치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OECD 회원국 중 대학 전공과 직업선택 간 상관관계가 사실상 ‘제로(0)’ 수준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도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교육문제의 이유 중 하나로 ‘황금티켓 신드롬’을 들었다. 블룸버그는 지난 9월 발표된 OECD 보고서를 인용해 명문대 입시만을 우선시하는 황금티켓 신드롬으로 인해 사교육 부담이 커지고, 이것이 청년고용 하락, 출산율 감소, 청년층 정신건강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가임여성 1명당 출생아 1명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10대 자살률도 전년보다 10.1% 높아졌다.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성공의 덫’에 걸려 있다”며 “교육이 나라를 이만큼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했지만, 이제 경제의 미래를 방해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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