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헬스장·목욕탕에도 “여성 출입금지”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11.14 14: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프간 여성들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나”
15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의 한 여성이 파르완주의 집에서 AFP통신과의 인터뷰 중 창문에 커튼을 치고 있다. ⓒAFP연합
15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의 한 여성이 파르완주의 집에서 AFP통신과의 인터뷰 중 창문에 커튼을 치고 있다. ⓒAFP연합

아프가니스탄의 집권세력 탈레반이 놀이공원에 이어 이번에는 헬스장과 공중목욕탕에서도 여성의 출입을 금지했다.

14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의 모함메드 아키프 권선징악부 대변인은 “헬스장의 경우 트레이너가 남성이며, 일부 시설은 혼성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여성의 출입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전통 공중목욕탕인 ‘함맘’에 대해서도 “이제는 집집마다 목욕탕이 있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성의 공중목욕탕 출입을 막았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부는 최근 여성의 공적 활동 범위를 축소시키는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금지했다. 또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장거리 여행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여성의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다. 지난 10일에는 성별 분리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도 카불에 있는 모든 놀이공원에서 여성의 출입을 금지했다.

탈레반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학에 다니고 있는 23살의 사나라는 여성은 “공원, 체육관, 터키식 목욕탕을 폐쇄하는 주된 이유는 탈레반의 반여성 이데올로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여성을 블랙홀로 보내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 아프간은 여성들에게 지하 감옥으로 변했다”며 “(바깥의) 시설들이 폐쇄되면서 여성들은 집을 둘러싼 4면의 벽에 완전히 갇혔다”고 토로했다.

19세의 파티마라는 여성은 “나는 공원과 공중목욕탕에 여러 번 갔고, 그건 내게 항상 기쁨을 줬다”며 “공중목욕탕이나 헬스장에서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문제로 여겨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호소했다.

SNS 상에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탈레반의 체육관 금지 조치를 비판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 전용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는 모두 여성”이라며 탈레반 정부의 설명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모든 것에서 우리를 차단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권리가 없냐”고 반문했다.

탈레반의 이같은 조치에 미국의 리나 아미리 아프간 여성·인권 특별대사는 트위터에 “아프가니스탄의 급진화를 두려워한다면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탈레반의 정책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런 극단주의는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 빈곤, 더 많은 인구 도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정부 부대변인은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 국호)는 샤리아의 체제 내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