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첫 대면회담서 기싸움…대만 이슈 ‘충돌’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11.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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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제 입장차…인권·경제·북핵도 대립
핵전쟁 반대·대화채널 복원 합의는 성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각) 첫 대면 회담을 마쳤다. 양 정상은 3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대만 문제, 경제 문제,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기후변화, 식량안보 등 양측 이해관계가 대립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화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대만 문제가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됐다. 회담 후 백악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세계 번영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양안 문제에 있어서 일방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레드라인’이라고 언급하며 맞섰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사람은 중국의 근본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중국 인민들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긴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임박한 시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 주석은 내 말을 정확히 이해했고, 나 또한 그가 말하는 것을 이해했다”며 “나는 새로운 냉전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매우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 등 중국 내 지역에서의 인권 문제에 관한 광범위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양측은 경제 문제를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시 주석은 최근 미국이 반도체·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수출통제 조치를 펴는 것에 대해 “탄압과 봉쇄”, “과학·경제·무역의 정치화”라며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및 전 세계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는 중국의 비시장적 경제조치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양측 모두 ‘핵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핵전쟁은 승자가 없으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핵 사용이나 핵 위협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은 시 주석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 재개 지지·기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대화 기대 등의 입장을 표명했다고만 발표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더는 관여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시도는 그들 의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면서 북한의 도발 억제에 중국이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향후 미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방어행위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이 먼저 북한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날 회담 결과 발표문에는 ‘북한’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으나,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시 주석은 중국의 기존 입장을 서술했다”며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등 양측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대화채널 복원이라는 성과가 있었다. 양 정상은 기후 변화, 채무면제를 포함한 거시경제 안정성, 보건 안보, 국제 식량 안보 등의 문제에 대한 건설적 노력과 대화 지속에 합의했으며, 양국 관계에서 일시 중단됐던 기존의 협력 메커니즘의 진전을 촉구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기후변화 등 8개 분야에 대한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양측의 첫 대면 회담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끝내고,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짓는 등 국내 정치 현안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성사된 만남이었다. 양측은 다음날(15일) 열리는 G20 본회의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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