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난기류 만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향방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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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경쟁 체제 갖춰 가격인상 우려 해소하라는 의미”
미국 결정 이후 나머지 국가들 심사 진행할 가능성 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변수가 생겼다. 영국 시장경쟁청(CMA)이 지난 14일(현지 시각) 경쟁 감소 우려를 내세워 두 회사의 합병을 유예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CMA는 추가 자료를 토대로 승인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영국의 결정이 남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영국 시장경쟁청(CMA)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유예를 발표했다. 유예의 주된 이유는 영국 노선의 독과점 우려다.

CMA는 “합병이 성사되면 영국 고객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CMA는 올해 런던-서울 노선 수요가 4만4000명 수준이지만 향후 수 년 안에 코로나19 이전 수준(15만명)을 회복할 것이라 보고 있다.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승객들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CMA는 화물 운송 부문에서도 경쟁 감소를 지적했다. CMA는 “두 항공사는 영국과 한국간 주요 직항 화물 서비스 항공사”라며 “합병 후 영국 사업자들이 높은 운송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객과 화물 운송에서 영국 런던 노선을 한 항공사가 독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콜린 래프러티 CMA 선임 합병 이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런던-서울 노선의 주요 업체이며, 이 합병은 영국의 고객과 기업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나, 더 낮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위험이 있다”며 “우리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 합병은 더욱 심층적인 조사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CMA는 대한항공 측에 오는 21일까지 합병을 납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내라고 통보했다. 추가 자료를 토대로 오는 28일 합병 승인 여부를 내릴지, 2차 조사에 착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CMA의 발표는 기업결합 심사의 중간 결과 발표로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며 “CMA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심사 과정 또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시정조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할 예정”이라며 “심사를 조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향후 심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업자에게 더 많은 사업기회 제공 방안 제시해야”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CMA가 여객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화물 부문에서도 경쟁 감소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항공이 영국에 제출한 경쟁제한 우려 해소 방안이 영국 정부 입장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경쟁 체제를 갖춰 가격인상 우려를 해소하라는 의미”라며 “대한항공 입장에서 시장점유율 고수보다는 대폭적으로 경쟁사업자에게 더 많은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하면 쉽게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현재 영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5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미국 경쟁당국인 미 법무부(DOJ)는 오는 15일(현지 시각)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의 결정에 따라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윤 교수는 “미국은 유럽보다 다소 덜 보수적인 측면이 있지만 자국 산업 보호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일본과 중국은 경쟁 감소 문제보다는 정치·외교적 문제가 더 큰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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