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저주? 러시아, GDP 2분기 연속 역성장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11.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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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제재에 도·소매업 타격…“앞으로 더 나빠질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PA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PA연합

러시아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강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16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연방통계청은 러시아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에도 4% 감소한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GDP가 2개 분기 연속 줄어들 경우 해당국 경제가 ‘침체기’(recession)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도매업과 소매업이 GDP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업이 22.6%, 소매업이 9.1% 수축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 국가들이 부과한 경제제재가 핵심부품과 기술 수입을 차단했고, 이로 인해 제조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부분동원령으로 청년층을 대거 징집해 전선에 투입한 탓에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력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보리스 티토프 러시아 기업 옴부즈맨을 인용해 근 몇 달간 러시아 기업 5800곳 중 3분의 1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시행된 예비군 30만 명 부분동원령으로 피해를 본 기업도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다만 전쟁 초기 제시됐던 급격한 추락 전망에 비해서는 러시아 경제가 제재 충격을 비교적 잘 버텨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러시아중앙은행은 올해 GDP가 지난해 대비 3.5%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러시아 GDP 하락 수준을 3.4%와 4.5% 수준으로 각각 예상했다.

전쟁이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제재 영향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 중 하나로, 정부 수입의 약 40%를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가 심해지자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차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렸다. 전쟁 초기에는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해 급락한 루블화 가치를 지지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최근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에너지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내달부터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전쟁자금 차단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드미트리 폴레보이 로코인베스트 수석전략가는 “올 4분기에는 GDP가 급격히 줄어들어 감소폭이 7%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발레리 미로노프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HSE) 발전연구소 부소장은 “제재의 여파가 내년으로 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도 “제재가 러시아와 글로벌 경제에 가져올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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