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 조심해서 할 게 아니라 함부로 하지 마세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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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대회커피’ 구대회 대표가 전하는 카페 운영 노하우…”창업 목적과 자기주도권 없다면 열지 마세요”

“카페나 하지 뭐.” 카페라는 점포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이 여섯 글자에 드러난다. 카페는 여러 외식업 중에 노동강도가 비교적 낮고 준비 재료도 간단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진입 장벽이 낮은 축에 속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카페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해 기준 전국 카페 수는 8만5360개에 달한다. 발길이 드문 외딴 곳에서도 볼 수 있는 편의점 수가 5만1580개인데 그보다 3만여 개가 더 많다. 코로나가 본격화한 2020년 말에는 카페 수가 10만 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많은 카페 사장들은 돈을 벌고 있을까. 지역별·상권별로 편차는 크지만 2020년 전국 카페의 월평균 매출액은 1000만~15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임대료와 재료비,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순수익은 100만~2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259만원)보다 못한 수준이다. 또 카페 사장은 직장인과 달리 휴일이나 복지가 따로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카페나 하지 뭐”라는 말에 이어 요즘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런 말도 돈다. “미운 사람이 있으면 카페 창업을 권하라.”

11월9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구대회커피' 구대회 대표를 만나 《카페 스타트업 북》 출간 계기와 현 커피 시장에 대한 진단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11월9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구대회커피' 구대회 대표를 만나 《카페 스타트업 북》 출간 계기와 현 커피 시장에 대한 진단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카페나 하지 뭐”→“미운 이에게 카페 창업 권하라”

구대회 대표는 이처럼 가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한 극소수 카페 사장들 중 한명이다. 그는 서울 마포구에 이름을 내건 ‘구대회커피’를 세 곳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커피에 빠져 카페를 창업한 지 벌써 13년째다. 커피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기 위해 강단에도 서고 있다. KBS·EBS 등 방송사와 공기업, 지자체 등의 강연 요청을 꾸준히 받고 있다. 구 대표는 “카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심해서 하라’는 말보다 ‘함부로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장사가 잘되면 몸이 병들고, 장사가 안되면 마음이 병든다”고 했다. 카페를 여는 순간 어떻게든 병을 앓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관련 시장의 외형은 계속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카페를 포함해 7조원에 육박했다. 2023년에는 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카페업 종사자만 20만 명(통계청 2019년)이 넘고, 창업박람회에는 카페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구 대표는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절대 분위기에 휩쓸려 카페를 열어선 안 된다”며 “2년 동안 최저시급만 가져가도 괜찮다면 창업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어쨌든 카페를 열었다면 적어도 2년은 운영해봐야 지속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못 버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냉혹한 카페 현실을 일깨워주고 업계 종사자와 예비 창업자들을 돕기 위해 최근 책을 냈다. 단발성 시도로 그치지 않도록 아예 출판사도 차렸다. 구 대표는 “경험으로 익힌 노하우를 공유해 카페 사장님들이 단순히 버티는 데서 나아가 자립하는 데까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카페의 성공을 위해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매출이다. 구 대표는 “카페 영업이익률이 조건마다 다르겠지만 재료값과 인건비 등이 모두 오르는 현실이기 매출도 반드시 거기에 맞춰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요즘은 카페에도 쏠림 현상이 강해서 다른 가게와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않으면 매출 상승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구대회 대표가 '구대회커피' 카페 데스크에서 커피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구대회 대표가 '구대회커피' 카페 데스크에서 커피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돌고 돌아 답은 ‘맛’…”손님들에게 찾아올 명분 줘야”

그렇다면 차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구 대표는 “뻔한 답이겠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성공 확률이 높은 요소는 커피의 맛”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맛있고 비싼 와인이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맛없는 와인은 바로 알아차린다. 커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초대형 카페나 테마 카페 등 손님들이 주요 방문 목적이 커피가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소규모의 개인 카페를 여는 사람들은 맛에 집중해 손님들에게 찾아올 명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구 대표는 너무 커져버린 카페 프랜차이즈 시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804개다. 전체 외식 브랜드의 12.3%를 차지한다. 구 대표는 “소비자 만족이란 관점에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장은 결코 좋지 않다”며 “저렴한 재료를 이용해 매뉴얼대로 만들어지는 커피가 쏟아지면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소 진입 장벽이 높아도 수익성 증진과 브랜드 구축을 위해 개인 카페 창업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무엇보다 카페 창업 이전에 창업의 목적을 분명히 정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돈인지, 시간인지, 아니면 그저 ‘사장’이란 직함이 필요해서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에 따라 투자 방향과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구 대표는 카페에 대한 ‘자기 주도권’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커피는 남이 타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면서 “본인이 커피를 만들어 먹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적어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불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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