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관치 금융…‘용산’發 인사태풍 오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2 1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취 압박성 발언에 올드보이 하마평까지 무성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 전체에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 등 금융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외풍이 거세지고 있는 탓이다.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도 꺼냈다. 금융권에서는 인사가 마무리돼도 잡음이 계속 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 회장 가운데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오는 12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은행장 중에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에,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내년 3월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금융권은 새 수장 선임 채비에 나선 상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는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그나마 외풍에서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대주주가 재일교포인데다 이사회 구성원도 재일교포 출신이 30%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이 3년 만에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을 탈환한 점, 꼬리표처럼 붙었던 채용비리 혐의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는 점에서 연임에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NH농협금융은 새 회장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가 가동에 들어갔다. NH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 관측이 다소 우세하다는 평가다. 전임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등이 2년 임기 후 1년 연임한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전임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전 회장이 모두 옛 재무부 관료 출신들이었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가 막판에 낙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우리금융그룹이다. 손태승 회장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등을 이유로 문책 경고 조치를 받았다. 연임 도전 직전에 징계 카드가 발표된 셈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3년 간 신규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의 일종의 가이드라인 발언도 나오면서 우리금융 측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 은행임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발언은 손 회장의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금감원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문책 경고를 내린 것에 대해 징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1·2심 모두 손 회장이 승소했다. 손 회장 입장에서 금융위 문책 경고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제재 효력을 정지하면 연임에 나설 수 있다.

금융노조는 이 원장 발언이 사실상 인사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이 원장의 행보와 말은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당국 눈치보기

가족 관련 의혹으로 임기를 5개월 남기고 사퇴한 김지완 BNK금융그룹 전 회장의 후임에도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BNK금융이 최근 외부 출신도 회장 후보에 올릴 수 있도록 CEO 경영승계 규정을 개정했다는 점은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관치금융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참여한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최근 신임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순탄한 출발은 아니었다. 내정 당시 예보 노조는 유 신임 사장이 예탁원장 시절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며 출근 저지를 한 것이다. 이에 유 사장은 임명 12일 만인 지난 21일 취임식을 가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취 압박성 발언에 낙하산 인사 가능성까지 돌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향후 당국과 갈등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