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이재명 리스크…구원투수 이낙연·김부겸·김경수 부상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5 12:0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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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앞에 놓인 ‘5대 변수’…‘단일대오’와 ‘출구전략’ 사이
팽팽한 親文-親明 기 싸움 속 박지원 비대위원장설도 ‘솔솔’
이재명 최측근 김용·정진상 구속에 흔들리는 親明 방어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균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차례로 구속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점점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엄호 모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 내부에선 공개적으로 이 대표에게 유감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유예 등 이 대표가 제시한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개적 비판도 하나둘씩 터져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현재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응 모색을 지도부와 다르게 판단하는 분위기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작동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를 잠재우기 위한 여론전도 자주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의 균열은 다층적이다.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 그리고 여전히 당내 최대주주인 친문(親문재인)계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각자의 고민은 결이 다르다. 우려하는 위기 시나리오도, 대비하는 시나리오도 다르다. 친명계는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연일 맹비난하고 있지만, 비명계와 친문계의 입장은 미묘하게 톤이 갈린다. 무엇보다 대외적 입장과 속내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재명 이후’ 당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한 구상부터 ‘분당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얘기가 이미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더 굳건한 단일대오 형성부터 사분오열 분당 시나리오까지 이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8·28 전당대회 과정 내내 대세론을 펼쳤던 이 대표는 원하던 당대표직을 거머쥐었지만,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의 내일은 과연 어떠할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낼 수 있을까. ‘정당한 수사’와 ‘정치보복’ 프레임 중 어느 구도가 더 강하게 작동할까. 이 대표 입장에서는 ‘왜 이재명을 지켜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가 보여줘야 한다. 특히 ‘이재명이 사는 길이 민주당이 사는 길’이라는 논리를 민주당 전체에 뿌리내리게 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는 구심력과 원심력 중 어느 힘이 더 강하게 작동할까. 그 힘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와 다가올 수 있는 결정적 장면들을 짚어봤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 사진)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 사진)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 페이스북·시사저널 포토

쟁점1. 균열 키운 李 최측근들의 구속

이 대표는 정진상 실장이 구속된 11월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 유검무죄(有檢無罪) 무검유죄(無檢有罪)”라면서 “포연이 걷히면 실상이 드러난다.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고 썼다. 이 대표는 ‘검찰독재의 칼춤’을 말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때부터 적잖이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대표 스스로 자신의 핵심 측근이라고 꼽았던 쌍두마차가 바로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의 복잡한 속내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비명계와 친문계가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엄호할 정치적 명분이 흐릿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결국 관건은 이 대표까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나오는지 여부”라면서 “검찰의 수사 결과에서 구체적 물증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거꾸로 김용과 정진상 두 사람의 구속이 바로 스모킹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친명계를 제외한 민주당 내부에서는 ‘유동규-이재명’까지의 연결고리로는 이 대표에게 치명타가 되지 않고, 그렇기에 이 대표를 엄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 논리는 뒤집어서 보면, ‘김용-이재명’이나 ‘정진상-이재명’까지 연결되는 고리가 나온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게 된다. 즉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 아니지만,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은 자타 공인 핵심 최측근이니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이 대표도 같이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민주당 내에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친명계는 여전히 무죄를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친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11월22일 검찰의 노골적인 피의사실 공표 외에 구체적 물증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스모킹건은 없다’는 정 의원은 “증거와 물증으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검찰이 핵심 피고인들을 사실상 풀어줬다. 그리고 그들은 계획한 것처럼 언론에 발언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발표 과정만 봐도 검찰이 물증이 없구나(싶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유죄의 심증을 심어주기 위해 검찰이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쟁점2. 뇌관으로 재부상한 ‘당헌 80조’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정된 당헌 80조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해 당 사무총장이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되, 정치보복으로 인정될 시 당무위원회에서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전당대회 과정 내내 이를 두고 ‘이재명 방탄용’이란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는데, 이번에 다시 당헌 80조가 뇌관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비명계에서는 김용 부원장이 구속기소된 만큼 당헌 80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원장은 11월8일 8억원대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한동안 당 지도부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11월21일과 22일 연달아 라디오에 출연해 김 부원장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아직 알기 어렵지만,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로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헌 80조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응천 의원도 “일단 (직무 정지를) 조치하고, 정치 탄압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당무위를 열어 예외로 인정하면 된다”며 “당헌에 따라 처리돼야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친명계의 고민은 깊었다. 여기서 밀리면 계속 밀릴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당의 헌법인 당헌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당을 방탄으로 쓰려 한다’는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정리’였다. 먼저 정성호 의원이 “지도부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본인이 자진사퇴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김 부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당이 수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김 부원장의 사의로 당헌 80조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지만, 언제든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명계 입장에서는 당무위를 열지 않고 자진 사의 표명으로 사태를 정리한 만큼 여기서 내부 갈등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반면, 비명계에서는 사의 표명은 물론 지도부의 결단이 늦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들이 11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쟁점3. 체포동의안 오면 어떻게 대처할까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크게 3단계를 걸쳐 당 안팎을 요동치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요구→구속(혹은 체포)영장 청구→체포동의안 처리’ 단계를 거치면서 당이 흔들릴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은 것이다. “거기(체포동의안 시나리오)까지도 예상한다”(박범계 민주당 의원)는 전망은 민주당에서 이미 대세적 전망이다.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를 분명하게 겨냥하고 있는 만큼 소환 요구와 영장 청구에 이은 체포동의안 처리 시나리오는 시기의 문제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법원이 체포동의안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가 이를 국회에 보내면, 국회는 표결로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169석으로 국회 과반을 웃도는 의석수를 갖고 있지만, 검찰이 체포동의안 카드를 꺼낼 경우 ‘단일대오’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금까지 검찰이 정무적 실책을 저질렀다는 기류가 강했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이 대표는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두루 겨냥하면서 당내 계파와 무관하게 ‘연합전선’을 펼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검찰은 상대적으로 이 대표 한 명만 집중적으로 먼저 공격하는 ‘선(先) 이재명-후(後) 문재인’ 전략을 펼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되면 친문·친명계가 갈라져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체포동의안 처리를 두고 두 계파 사이에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질 수도 있다. 

 

쟁점4. “지지율·당원 및 호남 민심·친문 구심점이 관건”

민주당 안팎에서는 ①지지율 ②당원과 호남 민심 ③친문 구심점 등이 향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러올 결정적 순간에 판단의 핵심 기준이자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지율 변수는 이중적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달음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이 대표와 친명계는 당 전체에 끝까지 결사항전을 독려하고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다면 이들은 점점 고립무원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수사가 종착점을 향해 달려감에도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사정 정국의 동력은 점차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사정 정국에 힘을 싣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보복’이자 ‘야당 탄압’처럼 보이게 할 빌미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설사 이 대표가 기소되고, 문 전 대통령이 다 기소되더라도 ‘이 엄중한 경제위기에 그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인가’라는 여론이 커진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가 계속 민생행보에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당심(黨心)이라 불리는 당원들의 마음, 특히 민주당 권리당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민심이 향후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민주당 내부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이 ‘이재명 지키기’와 ‘이재명 정리’ 중 어디에 힘을 실을지가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지지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범계 의원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신병까지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런 경우 민주당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는 민주당의 몇몇 사람에 의해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이렇게까지 사안이 커지면 지도부만의 판단으로 당 전체가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당원의 뜻을 묻는 것은 물론 국민적인 여론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민주당의 최대주주인 친문계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현재는 친명계와 연합전선을 펴고 있지만, 친문계를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없어 ‘전략적 연대’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복귀해 친문을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이 전 대표의 조기 귀국설은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동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전 지사는 11월23일 가석방 심사를 받았지만 불허 결정을 받았다. 김 전 지사의 형기 만료일은 2023년 5월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 사진)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 사진)와 박지원 전 국정원장ⓒ시사저널 이종현

쟁점5. 비상상황 되면 수습은 누가 맡을까

민주당에서는 이제 이 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김해영 전 의원은 11월22일 페이스북에 “지금 민주당에는 손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손익의 갈림길에서 눈앞에 손(損)으로 보이는 상황도 대처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익(益)으로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 퇴진을 재차 주장한 것이다. 그는 10월22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 직후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며 이 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대표 퇴진까지는 아니어도 당내 대표적 소신파로 꼽히는 조응천·박용진 의원도 한목소리로 지도부의 대응에 불만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최측근 2명이 연이어 구속된 데 대해 최소한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 이런 유감 정도는 표시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조응천 의원), “문재인 정부를 탄압하려는 정치 탄압과 대장동 일당 등에 대한 수사를 엮어 정치 탄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박용진 의원) 등의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비명계와 친문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금씩 ‘이재명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당이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계파와 무관하게 당을 수습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따져보고 있는 것이다. ‘분당 시나리오’를 차단하고 당을 원만하게 수습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물로는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지사 등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원내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가장 많이 손꼽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복당을 앞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친명계와 친문계를 두루 아우르면서도 분당을 막을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지금 박 전 원장 말고는 없다는 분석이다. 박 전 원장이 복당 신청을 한 바로 다음 날 박용진 의원 초청 연사로 나선 점과 사법부 판결 전에는 당내 단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내고 있는 점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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