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블랙홀’ 한전,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해법은 요원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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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한도 상향으로 추가 발행 가능해져…은행권 유동성 우려도
서울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연합뉴스
서울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연합뉴스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한국전력공사가 한숨 돌렸다.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로 올리는 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덕분이다. 채권 시장은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한전채 발행이 늘어나면 또 다시 자금 경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출로 급한 불을 끄려는 한전으로 인해 은행권의 유동성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산자위는 지난 22일 법안소위를 열고 한전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해 전체회의로 넘겼다. 해당 법안은 한국전력이 발행하는 채권인 한전채 발행 한도를 현행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5배까지 올려주는 게 골자다. 기존에는 2배까지 발행할 수 있었다.

현재 한전은 계속된 적자 속에 한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올해 적자 규모는 최대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운영비 등의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한전채 발행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올해 한전채 발행 한도는 약 91조원이다. 올해 적자가 반영되면 내년 발행 한도는 29조40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3조원이 넘는 한전채를 발행했다. 내년에 자칫하면 한전채 발행이 막혀 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 발행 한도를 5배로 올리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전은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이 장관은 “한전이 내년 3월 결산에서 한전법을 위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한전채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공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파산 가능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부작용도 우려된다. 최상위 신용등급(AAA)인 한전채가 다시 발행되면 자금시장 경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6%대의 금리를 제시하는 한전채가 유찰될 정도로 자금시장 상황은 위험한 수준이다. 이에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당분간 한전을 비롯해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한전은 연말까지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으로부터 각각 6000억원, 9000억원을 대출 받아 자금을 끌어오기로 했다. 5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빚 돌려막기’로 한전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결국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정부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창양 장관은 “전기요금도 정상화해 나가면서 회사채발행 한도를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발전원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적자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써야지 경제에 충격을 주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10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오르자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3.1%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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