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與 당권 경쟁…김기현 ‘당심’ 안철수 ‘수도권’ 유승민 ‘비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5 10:0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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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교통정리에 정진석 ‘불출마’ 나경원 ‘고민’…‘윤심’ 향방 주목
주호영 ‘안정감’ 윤상현 ‘돌파력’…권영세·한동훈 ‘다크호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자리를 둘러싼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기국회가 12월9일 종료되면 국민의힘 차기 당권 레이스는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이미 당내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당권 주자들 간 신경전이 점화하고, 전당대회 룰(rule·규칙)을 둘러싼 계파 간 대립 구도도 가시화하는 등 과열 조짐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기국회 종료’는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전당대회 논의를 미뤘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정기국회가 종료되면 국민의힘 내부에선 새 지도부 선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유력 당권 주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경쟁력 높이기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당권 레이스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지 등을 점검하며 더욱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자리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차기 당권을 쥐면 2024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절대 반지’를 손에 넣게 된다.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집권여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질서 있게 차기 총선을 치르게 된다면 당권을 교두보 삼아 대권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생긴다.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잠룡들이 당권 경쟁에 뛰어든 중요한 이유다. 한마디로 당권을 차지하면 ‘미래권력’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사저널 이종현·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차기 총선 공천권 쥐면 ‘대권 직행’ 초석

다음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키워드는 단연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될 전망이다. 다수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대통령실과 당이 하나처럼 움직여야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친윤(親윤석열)’계 주자가 유리하겠지만, 그 반대로 인식한다면 오히려 친윤 성향이 옅은 주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당권 주자들은 윤 대통령과의 거리를 확 좁히거나 넓히는 등 유불리에 따라 윤심을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심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실이 당권 주자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권 도전에 여지를 뒀던 정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는 윤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윤심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또 한 명의 당권 주자는 나경원 전 의원이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맡긴 것은 당권 교통정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부산에서 당원들을 만나는 등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이 당권 주자 교통정리에 착수한 것은 ‘척하면 척’이라고 할 만큼의 확실한 친윤 대표를 세우기 위해서인데, 친윤계 나머지 당권 주자 중 윤 대통령과 코드가 딱 맞는 ‘윤심’ 후보가 보이지 않아 용산이 고심 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기현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안정적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지만 낮은 인지도가 단점으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각종 현안에 대통령실과 주파수를 맞추는 동시에 포항과 부산 등 영남권 당원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여론전을 통해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당심을 집중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현행 규정은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다. 당심을 잡는 자가 당권을 잡는 구도다. 

김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로 고전하자 경쟁 후보들과의 연대 모색으로 돌파구 마련도 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주도하는 공부 모임인 ‘새로운 미래혁신24’에 나 전 의원을 연사로 초청했다. 이에 여의도에서는 ‘김·나 연대설’(김기현·나경원 연대설)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에게 연사로 나서 달라고 직접 부탁했고,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돌려 모임 참석을 독려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다른 당권 주자도 직접 만나 자신에게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하는 등 당권 주자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중도층과 수도권에서 자신이 강점이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차기 선거의 승패를 가를 ‘유일무이’한 변수인 중도층과 수도권에서 소구력 있는 자신이 당대표가 돼야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은 이력도 내세우고 있다.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면서 윤심과도 가깝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친윤, ‘대권주자’ 안철수는 부담

하지만 용산과 친윤계는 안 의원에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안 의원은 대권주자다. 아직 정권 초기인데 대권주자가 당권까지 잡게 되면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치적 동반자가 아닌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안 의원도 최근 이런 용산의 기류를 감지한 듯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자진사퇴 촉구, ‘정진석 비대위’가 추진하는 당무감사에 대한 반대 등 윤심보다는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펴는 모습이다. 

친윤계 후보 중 치고 나가는 후보가 없자 용산에서 새롭게 보는 인물이 윤상현 의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윤 의원이 윤심과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의원이 윤 대통령과 가깝다. 자주 만나고 식사도 종종 한다. 윤심에 돌파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당초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출마 결심만 하면 유력한 당권 주자라는 게 중론이었지만, 용산 지역구 의원이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권 장관의 리스크가 됐다는 설명이다. 윤심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도 2선으로 물러난 만큼 당권 도전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많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안정감이 크지만, 윤심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고 대선주자로 평가받지만, 윤 대통령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정치적 동반자라는 점이 용산의 입장에선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각종 현안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비윤’ 대표 주자를 자처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최대 강점이지만, 당심에서는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점이 큰 고민이자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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