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디샌티스, 2024년 트럼프 넘어설까 
  • 김현 뉴스1 워싱턴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6 10:0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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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항마로 공화당 내에서 점점 ‘주목’

미국의 11·8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4)의 몸값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공화당 내에서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어서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수치를 기록했다. 보수 성향 언론매체들의 든든한 지원까지 받으면서 공화당의 ‘미래’로 확실하게 부상하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AFP 연합

보수언론의 지지까지 등에 업어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59.4%를 얻어 찰리 크리스트 민주당 후보(40.0%)를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제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150만 표 이상 차이가 났다. 그간 플로리다는 경합주로 분류돼 왔다. 플로리다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1.2%포인트의 아슬아슬한 우위를 점했고, 디샌티스 주지사가 처음으로 주지사에 당선됐던 2018년 중간선거 당시까지만 해도 상원과 주지사 선거 모두 재검표까지 이뤄질 정도로 1%포인트 미만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곳이다.

디샌티스 주지사 재임 이후 치러진 이번 중간선거에선 디샌티스 주지사의 압도적 승리에 힘입어 공화당이 연방 상원선거는 물론 연방 하원선거에서도 28개 지구 중 20개를 승리하는 등 플로리다는 사실상 ‘공화당 주’로 확실히 탈바꿈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젭 부시 전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플로리다 출신 정치인들이 이뤄내지 못한 ‘플로리다 대망론’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11년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로펌에서 근무하다 2012년 선거 때 플로리다주 6지구에 출마해 미 연방 하원의원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2016년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하원의원 시절엔 강경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극우 성향에 가까운 ‘프리덤 코커스’의 공동 창립자였고, 2013년 허리케인 ‘샌디’로 피해를 본 주들을 위한 지원책에 반대하며 “신용카드 사고방식은 살찌게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엔 ‘트럼프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임했다. 그는 주지사 재임 당시 국경 강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리틀 트럼프’라 불렸다. 하지만 확실한 차별성도 드러내 왔다. 자유주의와 기독교,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등 보수적 신념이 뚜렷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보단 정책과 디테일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참모들이 그를 “모든 세부사항을 이해하는 데이터 전문가”라고 평가할 정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드라마는 없지만 지능을 갖춘 트럼프”라고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사태 초기 다른 주들과 동일하게 주 전체의 봉쇄를 명령했다가 시간이 지나 마음을 바꿔 마스크와 백신 의무화를 거부하고 대부분의 제한을 해제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즉흥적이지 않았다. 밤새 학술 논문과 사망률, 증상 추적 및 기상 보고서까지 조사하고, 전문가들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가 각종 제한을 해제하자 플로리다의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다. 이에 일부에선 ‘플로리다의 종말’을 예언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의 정책은 플로리다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최근 허리케인 ‘이안’으로 플로리다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당시 정치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단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중도 및 무당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재앙적 상황에서 보수적 이슈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기도 했다. 그는 허리케인 ‘이안’으로 피해를 당한 한 지역의 구호센터를 방문해 며칠 전 인근에서 벌어진 히스패닉 4인조 강도 사건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4인조 강도 중 3명이 불법 이민자였다고 지적하며 “그들은 기소돼야 하지만 본국으로 송환돼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을 멱살을 잡아 끌어내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분노를 터트렸고 군중은 환호했다.

그는 ‘여성 편력’으로 비판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여성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부인 케이시가 유방암에 걸렸을 당시 묵묵히 곁을 지키며 세 자녀를 돌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케이시는 홍보 영상에서 “제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아이들을 돌봐준 아빠였다. 내가 말 그대로 견딜 수 없을 때 나를 일으켜줬다. 론 디샌티스는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고, 해당 영상은 일주일 만에 13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P 연합

공화당 지지층 대상 조사에선 트럼프 넘어서

이제 관심은 그가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다. 일단 지지율은 상승세다. 하버드 CAPS-해리스폴이 중간선거 이후인 11월16~17일(현지시간) 등록 유권자 2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가상 경선에서 4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 전 달에 나온 같은 조사 결과 대비 9%포인트나 떨어진 결과다.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전 달에 비해 11%포인트 오른 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공화당 지지층 등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서고 있다. 공화당의 슈퍼팩(Super Pac·민간 정치자금 단체)인 ‘성장을 위한 클럽’이 11월11~13일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유권자 10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각각 48%와 52%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각 37%)에게 우위를 보였다. 플로리다와 텍사스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쳤다. 미국의 보수 성향 매체들도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폭스뉴스는 11월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재도전을 선언할 당시 40여 분 만에 생중계를 끊었고, 뉴욕포스트는 중간선거 다음 날 디샌티스 주지사의 연임 성공 소식을 전하며 그가 미래라는 뜻의 ‘디퓨처(DeFUTURE)’라는 제목을 걸었다.

문제는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공격을 이겨낼지와 당내 비트럼프 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때부터 디샌티스 주지사를 향해 “만약 대선에 출마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경고하거나 “평균 수준의 주지사”라고 깎아내리며 견제하고 있다. 또 공화당 일각에선 2024년 대선후보 경선에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강성 지지층을 보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후보 경선 때처럼 승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트럼프’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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