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증거 발견 쉽지 않아…정쟁으로 흐를 것”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전망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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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들
일부 전문가 “성과 낸 국정조사 사례 안 떠올라…시간·전문성 한계”
여야 의원들이 2020년 12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법 처리를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시사저널 이종현
여야 의원들이 2020년 12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법 처리를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시사저널 이종현

[편집자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 가까이 흘렀다. 여전히 참사의 총체적인 원인이나 책임 소재는 베일에 싸여있다. 정치권에선 어렵사리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총체적 원인을 밝힘으로써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와 정쟁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공존한다. 이번 국정조사가 올바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시사저널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국정조사의 근본적 한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등을 심도 있게 취재·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막판 협상까지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쟁으로 흘러 후속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도 국정조사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증거를 찾는 데 한계가 있어 진실에 다가서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국정조사의 35년 역사를 보면, 국정조사가 요구된 굵직한 사안들은 많지만 실제 조사로 이어지거나 확실한 결론이 맺어진 사례는 적다. 국회사무처의 2020 의정자료집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된 경우는 총 106건이다. 하지만 이중 실제 조사로 이어진 사례는 29건에 불과하다. 특히 조사의 성과 지표로 볼 수 있는 결과보고서 채택 사례는 13건에 그친다.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하는 것도 힘들고, 막상 진행되더라도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도 비슷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1988년 국정조사법 제정 직후 이뤄진 ‘5공 청문회’ 국정조사가 그나마 임팩트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국정조사는 헌정사상 첫 TV 생중계로 진행돼,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출석해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만 해당 조사도 사태 연관자 대부분이 책임 회피성 증언으로 일관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수많은 대형참사 중 국정조사가 이뤄진 사례도 두 차례에 그쳤다. ‘삼풍백화점 붕괴(1995)’ 사건과 ‘세월호 참사(2014)’가 여기에 해당된다. 삼풍백화점 붕괴 국정조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13일 후부터 시작돼 31일간 진행됐고,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47일 후부터 시작돼 91일간 진행됐다.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조사는 여야가 국정조사 증인채택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였다. 결국 활동기간의 대부분을 정쟁으로 날렸다. 결국 결과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했다.

이처럼 기존 수많은 국정조사가 성과 없이 허울에 그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야의 ‘포지션(역할)’이 당초 정해져있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부터 야당은 공격수를, 여당은 수비수를 맡게 됐다. 특히 여당은 정부에 불리한 방향으로 조사가 흘러가게 두지 않도록 전방위 압박 수비를 펼치게 된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보나마나 정치적 공세로 몰고 갈 가능성이 눈에 보이고, 여당은 무조건적으로 자기 방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쪽 입장과 환경 처지가 너무나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교수는 “여야 합의를 통해 시작되는 만큼 처음 (국정조사를) 띄울 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조사의 범위나 강도도 당초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조사는) 전문적인 사람이 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며, 자료 제출 등에 대한 강제성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정보나 증거 찾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언론과 SNS를 통해 일반인들도 정보 접근이 쉬워졌다. 그래서 국정조사를 해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것은 쉽지 않고 여론을 집중시키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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