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감염자 속 위중증 ‘껑충’…韓 백신 접종률 유독 낮은 이유는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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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접종률 5.9%…미국의 절반 수준
11월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병원에서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코로나19 백신 동절기 추가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1월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병원에서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코로나19 백신 동절기 추가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는 반면, 위중증 환자는 두 달 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숨은 감염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강력한 백신 접종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유독 낮은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위증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 추세가 오히려 이번 재유행의 실상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볼 때, 백신 접종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2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확진자는 5만9089명을 기록했다. 지난 이틀 연속 7만 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날 5만 명대로 감소한 수치다. 다만 일주일 전보다는 3655명 더 늘었다.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일주일 전 같은 요일보다는 증가하는 추세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입원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40명 감소한 437명으로, 6일 연속 4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자는 59명으로 전날 53명에 이어 이틀 연속 50명대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도 역주행 중이다. 지난 7월 0.04%로 떨어진 월별 치명률은 8월 0.06%, 9~10월 0.07%로 다시 오르고 있다. 

방역당국은 모수에 해당하는 확진자 수가 유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안 받고, 백신 또한 접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의심이 되는데도 확진(검사)을 안 받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보고 있다"며 "검사를 강제할 수는 없고,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느는 것으로 보고 역으로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면역감소에 따라 위중증, 사망 지표가 악화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위험군조차 백신 접종 필요성을 낮게 인식해 접종률이 떨어지고, 기존에 접종이나 감염으로 얻은 면역의 효과가 감소하며 중증·사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접종률이 세계 주요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오미크론 대응 개량백신 추가접종률은 22일 기준 5.9%로 미국(10.1%), 일본(8.5%)과 비교해 낮다. 미국은 접종률이 한국의 거의 2배 수준인데도,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접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이번 주 수도권 주말 당번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음압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11일 이번 주 수도권 주말 당번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음압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7차 유행이 오기 전 백신 접종에 대국민 메시지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른 주요 사안들에 신경을 쏟다보니, 정부의 백신 접종 드라이브가 한 박자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매일 몇십 명씩 사망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보다 급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달에 최소 1200명 정도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국민적으로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짚었다.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엄 교수는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통제되지 않고 유통되면서 국민들 인식에 자리잡은 것도 접종률이 올라가지 않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가 주춤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당초 12월 말~1월 말로 예상됐던 유행 정점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번 주가 7차 유행의 정점 구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위중증 환자수는 정점에서 600~700명대로 추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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