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둔 성전환자도 성별 변경 허용”…11년 만에 뒤집힌 판결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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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성년 자녀 있다고 성별 변경 허가 않는 것은 국제 인권규범에 어긋나”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폭행, 살해한 청소년 권투 국가대표 출신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24일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도 성별 정정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합뉴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도 성별 정정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성년자 자녀가 받을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성별 정정을 허용하지 않았던 대법 판단이 11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4일 성전환자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달라며 낸 등록부 정정 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 있다는 이유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국제 인권 규범에 반한다"고 밝혔다.

A씨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여성으로 느끼며 살아왔다. 사춘기 시절부터 신체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지만, 성적 정체성을 숨긴 채 살다가 2012년 결혼해 미성년 자녀 2명을 뒀다. 그는 2013년 정신과 의사에게서 '성 주체성 장애(성전환증)'란 진단을 받고 호르몬치료를 받다가 2018년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그 해 이혼했다. 이혼 후 자녀들은 전 아내가 키웠다. 자녀들은 A씨가 아버지가 아닌 고모로 알고 있었다. 

A씨는 2019년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으나 1·2심은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2011년 전합 판례에 따라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2심은 "신청인의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면 미성년 자녀 입장에선 법률적 평가를 이유로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고, 이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별 정정을 허용하면 가족관계 증명서의 '부(父)'란에 기재된 사람의 성별이 '여'로 표시되면서 동성혼의 외관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미성년 자녀는 취학 등을 위해 가족관계 증명서가 필요할 때마다 이 같은 증명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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