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육군훈련소 종교행사 강제에 ‘위헌’…이유는?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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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 등 제한된 것”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1월 선고에 입장해 심판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1월 선고에 입장해 심판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훈련소 입소 장병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김아무개씨 등 5명이 육군훈련소 입소 당시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당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육군훈련소장을 피청구인으로 제기한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사건의 청구일은 지난 2019년 8월23일이었다. 2019년 6월2일, 논산 육군훈련소 측으로부터 종교행사 참석을 사실상 강제받아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김씨 등 청구인들은 종교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으로서 변호사시험 합격 후 현행 병역법에 의거해 보충역에 편입,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타인에 대한 종교나 신앙의 강제는 결국 종교적 행위, 즉 신앙고백·기도·예배 참석 등 외적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종교시설에서 개최되는 종교 행사에 참석을 강제한 것만으로도 청구인들이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와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개로 분류된 육군훈련소의 종교 활동 자체에 대해서도 “육군훈련소장이 4개 종교를 승인하고 장려한 것이자, 여타 종교 또는 무종교보다 4개 종교 중 하나를 갖는 걸 선호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여질 수 있다”면서 “중립성을 위반해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훈련소 내 종교행사 강제가 국가와 종교 간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종교를 군사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반대로 종교단체가 군대라는 국가권력에 개입해 선교행위를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번 판단에 반대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종교행사 참석 조치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면서 “군인에 대한 종교의식 참석 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군인복무기본법에 반영돼 있어 헌법적 해석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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