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가능성 열었다…포르투갈전 핵심 변수는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5 11:0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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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극적 부활, 이강인 조커 활약에 기대감 커져
포르투갈전, 맨유와 ‘계약해지’ 호날두 심기일전할지 ‘주목’

한국 축구가 ‘천적’ 우루과이를 상대로 의미 있는 승점 1점을 챙기며 카타르월드컵 16강 전략의 첫 교두보를 놨다. 부상으로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해 보였던 ‘캡틴’ 손흥민이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우루과이의 공세를 안정적으로 차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동안 외면하는 듯했던 이강인을 1차전부터 조커로 깜짝 기용하며 모두의 예상을 깼다. 

벤투호는 11월24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우루과이는 FIFA 랭킹 14위로 28위의 한국보다 앞서는 전력이었다. 루이스 수아레스, 디에고 고딘 같은 백전노장에 리버풀의 다윈 누녜즈, 레알 마드리드의 페데리코 발베르데 같은 새 에이스까지 총출동시켰다. 한국은 손흥민이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지 3주 만에 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전해 공격진의 한 축을 받쳤다. 

경기는 팽팽한 승부였다. 전반 추가 시간은 1분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에서 VAR 활용으로 추가시간이 유독 길다는 점을 볼 때 흐름이 끊기지 않은 치열한 대결이었다는 의미다. 전반 26분 손흥민이 역습 상황에서 왼쪽 측면에서부터 중앙으로 파고들며 전매 특허인 슈팅을 시도, 흐름을 가져왔다. 한국은 전반 33분 오른쪽 측면에서 나상호, 정우영, 김문환이 합작한 매끄러운 빌드업 과정에서 결정적 찬스가 나왔지만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슈팅이 골대를 넘어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내내 한국은 양 측면을 이용해 활기찬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43분 코너킥 상황에서 우루과이 고딘의 헤더가 골대를 때리고 나오며 한국은 아찔한 상황을 넘겼다. 후반 막판에는 발베르데의 중거리 슈팅이 다시 한번 골대를 맞고 나왔다. 한국은 손흥민과, 교체 투입된 조규성의 슈팅이 골대를 아쉽게 빗나갔다. 이강인도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역할로 우루과이 수비진을 긴장케 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11월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br>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11월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전체적으로는 지난 4년간 벤투 감독이 준비한 축구가 본선 무대에서 잘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미 양강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위협하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이 정도 접전을 펼치리라고 예상한 이는 적었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이 경기 전까지 우루과이를 상대로 두 번 모두 패했다. 특히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당한 1대2 패배가 아쉬웠다. 경기를 주도하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통해 우리의 공격 패턴을 만든다는 벤투 감독의 철학은 대등한 승부를 만들었고 1차전 무승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월드컵 16강에 가려면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점을 획득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의 32개국 체제로 확대된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치러진 96번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하고도 16강에 오른 경우는 8번(8.3%)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1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팀 중에서는 46개국 중 27개국이 16강에 올랐다. 58%로 확률이 대폭 상승한다. 남미팀을 상대로 한 월드컵 첫 승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지만 우루과이전 승점 1점은 충분히 가치가 크다. 

 

포르투갈전(12월3일 0시): 
호날두라는 양날의 검, 한국의 무기가 될까?

포르투갈은 FIFA 랭킹 9위로 H조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보유했다. 선수 구성 면에서도 발롱도르 5회 수상에 빛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필두로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베르나르두 실바, 후벵 디아스, 주앙 칸셀루(이상 맨체스터 시티), 디오구 조타(리버풀),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하파엘 레앙(AC밀란), 누누 멘데스(파리생제르맹) 등 세계 최고 클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유로 2016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에는 스쿼드의 화려함에 비례하는 성적을 국제대회에서 쌓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유로 2020 모두 16강에 그쳤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으로 오는 과정에서도 탈락 위기를 간신히 딛고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났다. 포트1에 들어간 상위 국가 중에서는 전력이 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쿼드가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의 전술적 경직성이 꼽힌다. 산투스 감독은 1954년생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 중인 감독 가운데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할,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다음으로 연령이 높다. 감독 경력을 자국인 포르투갈, 그리고 그리스에서 이어온 산투스 감독은 지나치게 수비 안정성을 강조하는 실리 축구의 신봉자다. 그런 철학으로 유로 2016에서 포르투갈에 사상 첫 성인 메이저대회 우승을 안겼고, 무려 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파울레타 등을 앞세웠던 포르투갈의 원조 황금세대 이상의 화려하고 공격적인 선수가 즐비하지만 뒤에서 지키다 한 방으로 풀어나간다. 결국 이번 카타르월드컵 예선에서는 그런 실리 축구가 발목을 잡았고, 예선 탈락 위기까지 갔었다. 전술 변화나 선수 기용의 폭도 작은 편이라 상대 입장에서는 분석과 대응 전략 수립이 용이하다. 

 

포르투갈 약점 누구보다 잘 아는 벤투 감독

우리가 파고들 수 있는 요소도 그 지점이다. 벤투 감독은 산투스 감독의 전임자였다. 2014년 후반기 유로 예선 도중 부진으로 벤투 감독이 물러나고 산투스 감독이 부임했다. 포르투갈에 대한 전력 분석, 그리고 산투스 감독의 스타일 파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벤투 감독과 대표팀의 포르투갈 코치들이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의 미드필더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맞춤 전술에 당했던 역사가 있는 벤투 감독이 이번에는 반대로 조국을 공략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월드컵을 치르는 포르투갈에는 양날의 검도 존재한다. 바로 주장 호날두다. 현재 호날두는 소속팀이 없다.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복귀하며 ‘왕의 귀환’을 알렸지만 독선적인 행동과 자기 중심적 플레이로 팀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에릭 텐 하흐 감독과의 불화가 극에 달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가 끝내 자신이 투입되지 않자 경기를 마치기도 전에 무단으로 퇴근해 비판을 받았다. 리오넬 메시와 함께 21세기 최고의 축구 선수로 군림했던 호날두지만 선수 생활의 막바지에 와서는 흑역사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한국과도 악연이 있다. 2019년 유벤투스 소속으로 한국을 찾아 K리그 올스타팀과 친선전을 치렀지만, 호날두는 부상을 핑계로 끝내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다. 불과 이틀 전 중국에서는 친선전에 나서고, 스폰서 행사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호날두가 당초 한국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과 달리 ‘노쇼’로 일관하자 국민 전체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에 나서는 호날두는 양날의 검이다. 이미 포르투갈 대표팀은 경기 외적인 이슈로 주목받는 호날두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이다. 월드컵에 집중해야 하는데, 모든 관심이 선수 개인에게 쏟아지기 때문이다. 산투스 감독은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평가전 때 호날두를 투입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소속팀에서의 기행과 상관없이 대표팀에서는 늘 최고의 모습을 보여온 ‘애국자’ 호날두가 맨유와의 결별로 더 확실한 동기부여를 얻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려야 새로운 팀으로의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강한 목표 의식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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