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사활 건 박용진 “삼성·이재용·700만 개미에 이득 될 것”
  • 이원석·김종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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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년 기다려…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반드시 법 통과시키겠다”
‘삼성저격수’라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삼성저격수’라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삼성저격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임기 내 ‘삼성생명법’을 통과시키는 데 사활을 걸었다. 이 법안은 2014년 19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된 데 이어 20대 국회 때도 발의됐으나 번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 하반기에 정무위를 떠났던 박 의원은 2020년 21대 국회에서 다시 정무위로 돌아와 또다시 이 법안을 냈다. 그리고 지난 11월22일, 이 법은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시사저널과 만난 박 의원은 “경제 위기의 안전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시장경제의 공정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금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및 채권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이 중요한 건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기준이 취득원가로 적용돼 왔기 때문이다. 법이 통과되면 보험사는 보유 주식을 시가 기준으로 재환산해 3%를 초과하는 주식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 여기 해당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법 통과 시 처분해야 하는 주식은 2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 지금 ‘삼성생명법’이냐고 묻는다면. 

“경제 위기의 안전장치를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삼성생명법은 IMF 외환위기 때 이미 완성됐어야 할 법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교훈이 있지 않나. 금융업이 그야말로 위기의 ‘슈퍼전파자’가 돼 국민의 삶을 얼마나 위험천만하게 만들 수 있는지 우린 경험했다. 1998년에 보험업법 106조가 만들어져서 보험 회사들이 자기 총재산의 3% 이상 계열사 주식을 살 수 없도록 했다. 부당한 지원, 무리한 투자, 위험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아예 막아놓으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하필 금융 감독을 해야 할 금융당국이 3%의 기준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하면서 그 취지를 퇴색시키는 꼼수를 썼다. 당시 IMF(국제통화기금)의 권고로 다른 금융업종들은 모두 시가 기준을 받아들였지만, 보험업만 빠진 것이었다. 그 꼼수 덕분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 지금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기업이 아닌 총수만 이득을 보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꼼수 덕분에 삼성생명의 유배당 계약자들도, 삼성생명의 주주들도 손해를 보는데 유일하게 한쪽만 이득을 보는 거다. 총수 일가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살 때 누구 돈으로 샀겠나.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회장의 돈으로 산 게 아니다. 유배당 계약자들, 투자자들의 돈으로 샀다. 그렇다면 그분들에게 이익을 실현해서 나눠줘야 하는데 아예 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쥐고만 있고 의결권 행사만 하는 것이다. 결국은 삼성전자를 지배하려는 총수 일가의 이익만 실현된다. 이는 우리 시장경제의 공정과 상식에 위배된다. 그래서 더욱 이 법이 필요하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이 적용되는데, 이 기준의 핵심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법안소위 여당 간사도 원칙적으로는 시가가 맞는다는 취지로 말했을 정도다.”

19대~20대 때도 같은 취지의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폐기됐다.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8년을 기다렸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종걸·박영선 전 의원 등이 법안을 냈었고, 지난 20대 국회 때도 제가 김영주 의원과 함께 냈었다. 그런 쟁쟁한 법안이었음에도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삼성의 ‘철벽 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그런데 이번에 법안소위에 상정돼 토론이 시작된 것 아닌가. 삼성의 철벽 수비를 국회가 뚫었다는 게 제일 큰 성과라고 본다. 두 번째로는 금융위가 ‘취지에 공감한다’ 얘기한 거다.”

금융위에서도 줄곧 부정적이었지 않나.

“지금까지 제가 역대 4명의 금융위원장을 경험했는데, 다들 이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거짓말만 하고 돌아갔다. 관료들과 삼성, 그들의 심중의 생각은 그랬을 거라고 본다. ‘박용진이 뭘 어쩌겠냐’ ‘2년 있다가 다른 상임위로 가지 않겠나’, 역대 금융위원장들이 지금까지 언론에만 ‘삼성생명의 과도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거나 처분 계획 세우도록 하라’고 떠들었다. 제가 21대 국회에 다시 정무위로 복귀해 국감 때 삼성생명 자산운용담당자를 불러다 캐물었더니 ‘단 한 번도 금융위가 우리에게 그런 얘길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지난 6년간 금융위가 절 속이고, 국민을 우롱한 게 확인된 순간이었다. 금융위가 아무것도 안 한 거다. 기가 막혔다. 회의장의 맞은편 여당 의원님들 표정은 저보다 더 황당해 보였다. 한 여당 의원님은 ‘박용진에게 발언 시간 더 줘라’ 하시더라. 이번엔 분위기가 다른 거다.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만든 특별한 전략이 있었나.

“작전을 세웠다. 여론전과 설득전이다. 얼마 전부터 아침 라디오 방송에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 이후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었다. 약 2주 동안 6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기자간담회와 토론회도 열었다. 동료 의원들에게도 설득을 위해 일일이 친전을 보내고, Q&A 자료도 따로 보냈다. 우리 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도 다 찾아가서 말씀드리고 설명을 드렸다. 그래서인지 9월에 180건, 10월 1040건이었던 삼성생명법의 검색량은 11월 1만 건 넘게 올라갔더라. 언론에도 계속 노출이 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들의 관심과 촉구 목소리도 슬슬 커지고 있다.” 

본회의 통과까진 여전히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 법을 반대하는 이들의 ‘오프사이드 작전’(축구 경기에서 상대편의 깊숙한 침투를 막기 위해 오프사이드 판정을 활용하는 전략)을 잘 뚫고 넘어가 보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여러 의견과 우려들을 잘 반영해가면서 이 법을 꼭 통과시키도록 하겠다.”

법이 통과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팔아 갑자기 매물이 쏟아지면 개미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불안에 떨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삼성생명법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지 않는다. 개미투자자들이 걱정되면 150조 원이 넘는 현금이 있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하면 된다. 기존 주주의 가치를 제고하는 주가 상승의 지름길이다. 애플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뛰었다. 안전장치도 다 있다. 초과분을 5년에 걸쳐서 순차적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했고, 거기에 2년을 더해서 최장 7년까지 순차적으로 매각해 시장에 타격이 없도록 했다. 또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블록딜(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주식 대량 매매)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법안을 따로 만들 수도 있다.”

결국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삼성의 지배구조를 약화시키는 법안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회장에게 이런 얘길 해주고 싶다. 본인이 피해를 봤던 게 할아버지(이병철 회장)와, 아버지(이건희 회장)의 설계 때문 아니었나.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이어졌던 이른바 비자금 사건에 대해 저 박용진이 금융실명법을 바로 적용해서 1000억원을 과세한 것이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경영권을 완전히 지배하려고 했던 과정은 아버지 시대에서 기획하고 본인이 실행하다가 본인이 감옥에 간 것 아닌가. 이 일은 할아버지 시대와 아버지 시대, 그리고 본인의 시대가 연결돼있는 구시대의 낡은 유물이다. 이제 정리하자. 이재용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준법 경영하라, 투명한 경영권을 가져라, 이 얘길 반드시 해주고 싶다.”

별명이 ‘삼성 저격수’인데.

“사실은 ‘삼성 지킴이’다. 이 문제는 삼성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해외에서 삼성전자와 그룹을 위험스럽게 보는 건 지배구조의 리스크 때문이다. 지배구조가 부실하고 불투명하니 계속 꼼수가 나오고, 기업에 해가 되는 방식으로 기업 경영을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삼성이 투명경영의 새로운 레일을 깔고, 이재용 시대가 열릴 거라고 본다. 과거의 낡은 유물들, 아버지 시대의 반칙과 특권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법은 분명 삼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삼성이라고 하는 기업엔 ‘정도경영’ ‘준법경영’의 길을 열고, 이재용 회장에겐 ‘투명경영’의 길을 열고, 700만 개미들에겐 돈을 벌어주는 법이다. 이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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