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겠다는 지자체에 제동 건 정부…일찍 벗은 나라 봤더니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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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나온 상황에 실내 마스크 고수는 비과학적”
대전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예고에 따라 중앙정부에서도 마스크 의무화 해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 붙은 마스크 착용 안내문 Ⓒ연합뉴스
대전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예고에 따라 중앙정부에서도 마스크 의무화 해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 붙은 마스크 착용 안내문 Ⓒ연합뉴스

대전시에 이어 충남도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예고하면서 마스크 해제 시기를 두고 찬반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부는 7차 유행 정점시기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전면 해제를 결정할 수 없다며  '단일 방역망'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마스크 해제 시기가 앞당겨질지 관심을 모은다. 

대전시가 정부의 선제 조치가 없을 경우 오는 15일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겠다고 날짜를 못박으면서 정부와 지자체 간 이견이 어떻게 조정될지 주목된다. 대전시는 최근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자체 행정명령을 발동해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보냈다. 김태흠 충남지사 또한 5일 실국원장회의에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있는 것 같다. 과연 이것이 코로나19 예방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당국은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자 할 경우 중대본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운영돼왔다"며 협의가 필요한 사항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재난법 제15조제3항은 중대본부장은 중앙사고수습본부 및 지방대책본부를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법 제15조의2제6항은 중수본부장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을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앞서 이 규정에 따라 당국이 정한 거리두기 조치를 지자체가 자체 시행하되, 완화된 조치는 사전 보고 등을 거쳐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올 여름 6차 유행이 잦아들고 지난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마스크 해제 요구가 이어져왔다. 특히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의 정서와 언어, 사회성 발달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요구는 더 거세졌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 중 실내마스크 전면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마스크 착용 의무화 현황(9월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등 14개국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13개국에서는 실내에서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 의료시설, 대중교통, 사회복지시설 등 감염 취약 및 고위험시설 내 착용만 의무로 뒀고 종교시설, 스포츠 경기시설, 민간사업장에서는 의무가 아니다.

영국은 올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고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미국도 지난 봄부터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8월 29일부터 일부 필수시설만 남기고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그리스가 슈퍼·마트에서의 착용, 호주가 교정시설 내 착용, 코스타리카가 공공기관 내 착용을 의무로 규정했을 뿐 엄격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국민 절반 이상이 감염됐고, 전체 80% 가까이 자연면역력이 생긴 데다 치료제까지 있는데 왜 마스크를 써야하냐"면서 "지자체의 요구를 정부가 거부하면서 댈 수 있는 근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내 마스크 해제 시점을 내년 3월경으로 계획하고 있는 정부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상황에서의 방역 조치로 적절할 뿐 치료제가 나온 상황에서는 비과학적인 조치라는 지적이다. 천 교수는 "정부의 방역 정책이 더이상 마스크 착용에 치중해서는 안된다"면서 "치료제가 없을 때 마스크가 필요했었고, 현재는 고위험군의 보호에 치중한 방역 조치를 시행해야하며, 고위험 보호는 치료제 얼마나 효과적으로 치료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실내 마스크를 해제한 국가들이 방역 규제를 되돌리지 않는 것도 마스크 해제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방역을 다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책을 되돌린 국가는 거의 없다. WHO는 지난 가을 유럽의 확진자 증가 현상에 대해 마스크 착용 의무나 출입국 규제 등 방역 지침 해제가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와 역학적 추적 업무 등을 강화하는 한편 감염 고위험 그룹에 대한 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내 7차 유행 규모가 당초 우려와 달리 뽀족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마스크 해제 요구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미 한 달 간 유행이 이어진 가운데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쉬운 겨울철로 접어들었고, 예방접종 등 변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이 정점을 찍고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이 아니라 증감을 반복하며 정점이 길어지거나 감소 속도가 느릴 것으로 전망했다. 천 교수는 "이번 유행은 미감염자를 중심으로 작은 파도가 출렁이는 형태를 보이다 잦아들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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