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靑영빈관 쓰는 尹정부…탁현민, 일침 날렸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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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첫 국빈 만찬 위해 영빈관 재활용
탁 전 비서관 “쓸데없는 고집 버리길”
윤석열 대통령이 12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방한 국빈만찬에서 푹 국가주석과 전통주로 러브샷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방한 국빈만찬에서 푹 국가주석과 전통주로 러브샷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용산 시대를 연 윤석열 정부가 옛 청와대 영빈관을 다시 사용키로 하면서 '졸속 이전' 논란이 재점화됐다. 야권은 이제라도 청와대가 가진 역사성과 상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영빈관에서 국빈행사가 열리는 이 당연한 일이 참 어렵고 힘들게 돌고 돌아 왔구나 싶다"며 정부 결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잘못은 청와대 폐쇄만으로 충분하니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길 바라고 또 바란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청와대 폐쇄의 당위를 주장하는 것 같은 쓸데없는 고집과 설득력 없는 주장을 버리고 이제라도 (청와대) 활용의 방안과 유지, 보수의 방안을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가 이제라도, 부분이라도, 잠시라도 청와대와 그 부속 건물의 용도와 기능, 역사성과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며 "특히나 영빈관에 숙소 기능을 더하는 것은 용산이나 한남동 관저 같이 마구잡이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영빈관을 다시 활용키로 하면서 외빈용 숙소 건축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 '졸속'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고 짚은 것이다. 

탁 전 비서관은 "중국의 조어대(釣魚臺)나 미국의 블레어하우스는 건물 뿐 아니라 책상 하나, 접시 하나, 그림 하나에도 사연이 있고 의도가 있고 상징이 있다"며 "단지 기능만 더할 일이 아니다. 10년, 20년이 걸려도 좋을 일"이라고 신중한 접근과 추진을 강조했다.

12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 불이 밝혀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빈방한 중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국빈만찬을 했다. ⓒ 연합뉴스
12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 불이 밝혀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빈방한 중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국빈만찬을 했다. ⓒ 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빈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만찬을 가졌다. 용산 시대 개막을 알린 이번 정부가 외국 정상 행사에서 영빈관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임시 만찬장으로 이용했던 국립중앙박물관 홀을 다시 쓰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막판에 영빈관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빈관 외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평소 일반 시민에게 공개해온 영빈관을 간이로 꾸며 국빈 만찬장으로 바꿨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영빈관 이용과 관련해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청와대 영빈관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국격에 걸맞은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용산 시대 출범과 함께 새 영빈관을 지으려 했지만 정부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영빈관 신축 비용 878억6300만원 중 497억4600만원이 반영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가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계획 철회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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