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오지 찾아 나선 백종원과 강형욱의 속내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0 15:0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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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영향력 고민하는 전문가 방송인, 새로운 행보가 어떤 효과 가져올지 주목돼

최근 백종원과 강형욱의 행보가 심상찮다. 종횡무진 방송을 해오던 백종원은 최근 유튜브 개인방송을 통해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고, 도시의 반려견 문제에 집중하던 강형욱은 최근 오지를 찾아 새로운 반려견 문화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의 변화는 무얼 말해 주는 걸까.

왼쪽부터 SBS 예능 《골목식당》, KBS2 예능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SBS·KBS2 제공
왼쪽부터 SBS 예능 《골목식당》 한 장면ⓒSBS 제공

유튜브 개인채널에 집중하는 백종원의 색다른 행보

SBS 《백종원의 3대천왕》과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거쳐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정점을 찍고, tvN 《집밥 백선생》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백패커》는 물론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백스피릿》, 티빙 오리지널 《백종원의 사계》 같은 음식 관련 콘텐츠로 방송계를 접수하다시피해 왔던 백종원이 최근 들어 색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 개인채널을 활용한 개인방송에 집중하고 있는 것. 그런데 여기서 시도되는 방송들이 예사롭지 않다. ‘님아 그 시장을 가오’는 어딘가 과거 《백종원의 3대천왕》과 같이 지역의 숨은 맛집을 찾아가는 방송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과는 소재도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맛집이 아닌 시장을 찾아가는 것인데, 백종원이 찾은 지역의 시장들은 하나같이 썰렁한 살풍경을 보여준다. 물론 장날이 되면 조금 활기를 띠지만 그렇지 않은 평일에는 인적이 뜸한 시장을 굳이 백종원이 찾아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거기에는 최근 심지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과연 한 사람의 힘, 그것도 방송을 통해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이미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그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걸 우리는확인한 바 있다. 포방터 시장이 단적인 사례다. 한두 개 맛집이 유명해지는 것으로 시장 전체가 활기를 띠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님아 그 시장을 가오’에는 그래서 다소 썰렁한 시장 속에서도 인심이 넘쳐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의 결코 없어져서는 안 될 음식점들을 집중 홍보해 준다. 어딘가 촌스러운 느낌이 나는 개인방송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진정성이 느껴지고 구독자가 560만 명인 채널에 올라간 방송들은 적게는 100만 회에서 많게는 200만 회를 넘어서는 조회 수를 기록한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을 대중에게 어필하면서 백종원은 구독자 560만 명을 가진 영향력 있는 방송인이 됐다. 이런 성취에는 이 전문가의 행보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응원이 바탕이 됐다. 그건 다름 아닌 지역이나 골목상권 살리기 같은 취지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가 방송의 블루칩이 돼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등장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취지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백종원의 개인채널 행보는 변함없는 초심을 보여주면서 방송의 목적이 지역 상생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걸 말해 준다.

최근 이 채널에서 새로 시도되고 있는 ‘김치월드’ 역시 음식 전문가로서의 선한 영향력을 염두에 둔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에 이미 김치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지만 한국 토종 김치를 좀 더 알려 그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걸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콘텐츠다. 농협 김치와 협업해 1만 개의 토종 김치를 직접 구매해 일본 전역에 나눠주는 이벤트를 담은 영상은 그래서 사실상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왼쪽부터 SBS 예능 《골목식당》, KBS2 예능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SBS·KBS2 제공
KBS2 예능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KBS2 제공

오지에서 새로운 반려문화를 고민하는 강형욱

이러한 전문가로서 새로운 방송가의 길을 걷는 이들 중 또 다른 인물이 강형욱 훈련사다. KBS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급증하고 있는 반려견 가족에게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해온 그 역시 최근 들어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tvN Story 《고독한 훈련사》를 통해 새로운 반려문화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

《고독한 훈련사》에서 강형욱은 그간 늘 찾아다녔던 도시가 아니라 지리산,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 마을 같은 오지의 반려견을 찾아 나섰다. 도시의 반려견들을 찾는 강형욱의 목적은 대부분 그 반려견이 가진 문제 행동들을 분석하고 그것이 보호자의 문제라는 걸 공감한 후 함께 교정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오지의 반려견을 찾는 강형욱의 목적은 다르다. 도시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들이나 반려견들이지만, 자연 속에서 목줄 없이 뛰노는 반려견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킴으로써 지금의 ‘반려문화’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를 되묻기 위함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최재천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용어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우리가 반려견이라고 부르는데 반려인이죠. 개들이 우리를 반려인으로 선택해준 거예요. 우리가 선택당한 거예요. 그러면 이제 태도가 확실히 변해야 하잖아요. 그분들이 우리를 선택해 주셨는데 감히 우리가 그분들을 불편한 환경에 몰아넣고 이런 짓을 한다는 건 애당초 계약위반인 거죠.” 즉 현재 도시의 반려문화는 대부분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돼있고 그래서 반려견이 인간의 삶에 맞춰나가는 방식으로 돼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형욱이 오지에서 발견한 반려문화는 누가 누구를 키우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반려문화가 아니라 반려견들 또한 좀 더 자연생태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환경 변화’까지가 요구된다고 《고독한 훈련사》는 강형욱의 오지 행보를 통해 말하고 있다.

강형욱의 이 새로운 행보는 그래서 친생태적인 반려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환경을 가진 지역들이 생태적으로 모든 생명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저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반려견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으로만 주목되던 강형욱이 이제 한 차원 나아가 ‘생태적 삶’에 대한 제안을 하기 시작한 것. 백종원이 그러한 것처럼 자신이 갖게 된 영향력을 좀 더 올바르고 선한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보인다.

 

전문가 방송인들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전제

최근 백종원과 강형욱에게서 보이는 이러한 변화된 행보는 무얼 말해 주는 걸까. 방송이 연예인의 전유물에서 점점 일반인 출연자로 바뀌어가는 과도기에 등장한 인물군이 바로 ‘전문가 방송인들’이다. 이들은 일반인 출연자에 가깝지만 저마다 자기 전문 영역을 갖고 솔루션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에 힘입어 방송인으로 급성장했다. 또한 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솔루션을 원하는 일반인 출연자들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그 가이드라인을 세워주는 방송으로서의 전문가 방송인들은 그 역할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른바 ‘국민 멘토’로서 백종원, 강형욱 그리고 오은영 박사가 대표적인 전문가 방송인으로 등극하게 됐다.

중요한 건 이들이 방송가에서 맹활약하며 점점 초창기의 진정성 또한 흐릿해졌다는 점이다. 강형욱이야 딱 하나의 방송인 《개는 훌륭하다》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스토리가 패턴화되면서 과거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인 편집 등으로 의도치 않게 강형욱이 소비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백종원 역시 한꺼번에 밀려드는 너무 많은 방송에 반복 소비되면서 그 진정성을 의심받은 바 있다. 백종원과 강형욱의 새로운 행보는 그래서 전문가 방송인들이 전문가로서도 또 방송인으로서도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초심을 생각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최근 방송에 너무 많이 소비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오은영 박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 전문적인 영역이 어떻게 방송을 통해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다시금 살펴볼 때 그 해법은 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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