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악을 찾는 독특한 판타지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1 11:0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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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 방식 통해 답을 찾는 신현의 작가의 신비한 장편소설 《서쪽의 에덴》

자식이 소설 쓰는 것을 싫어해, 중년이 돼서야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병주 등 중년 출발 작가들은 또 다른 가치를 갖는다. 어찌 보면 김훈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도 눈에 띄는 작가가 많은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쓴 산경 작가 등도 마찬가지다. 새 계보에 이름을 올릴 법한 신현의 작가의 《서쪽의 에덴》 두 편도 그래서 주목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서쪽의 에덴 1,2│신현의 지음│깊은우물 펴냄│504/500쪽│각 1만6000원
서쪽의 에덴 1,2│신현의 지음│깊은우물 펴냄│504/500쪽│각 1만6000원

소설은 세 명의 인물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돼지들에게서 자라는 식물을 음식 등의 기초로 삼는 신비한 섬을 꾸려가는 주이민이 첫 인물이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활동을 하는 이 공간에서는 돼지를 해치지 않는다는 룰만 지키면 파라다이스 같은 삶을 살 수 있고, 이곳에 찾아든 이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양털처럼 돼지에게 난 신비한 물질을 깎아서 음식으로 삼고, 젖을 먹는다는 게 신비할 뿐이다.

두 번째 인물 민이주는 열다섯 번째 생일날 보육원을 도망 나왔다. 찜질방과 대형 커피점을 전전하다가, 어느새 성숙해진 자신을 느낄 때, 마약의 일종인 듯한 신비한 물질의 도움으로 사람들에게 독특한 서비스를 하고, 그 대가로 1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부를 챙기게 된다. 세 번째 인물은 명성가구라는 신비한 회사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한준호라는 인물이다. 집요하게 그 집을 감시하다가, 그가 ‘악의 실체’라고 생각하는 명성가구의 네트워크 속을 파고들게 된다.

《뉴욕 3부작》을 쓴 폴 오스터의 소설처럼 이 작품에서는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독특한 세계들과 캐릭터가 연속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랑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지, 나아가 인간은 왜 이곳에 존재하는지, 이야기를 겪으며 조금씩 알게 됨으로써 등장인물들은 자신에게 진리 혹은 구원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얻는다. 그 과정을 독자 또한 그대로 경험하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들의 답을 찾게 되고, 그것은 크나큰 충격을 안겨준다. 데뷔작이라고 믿기 어려운 주제 설정과 그것을 풀어가는 대담한 상상력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에덴의 동쪽》이라는 익숙한 소설을 변용한 제목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소설은 인류가 회복해 돌아가야 할 땅을 의미하는 상징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다른 지점에서 시작했지만 민이주가 명성가구 회장을 살해하려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하지만 이 계획은 좌절되고, 이후 은지라는 여인을 통해 이들의 관계는 연극으로 다시 이어진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문장을 좋아한다고 밝힌 작가는 작가에 대한 것을 전혀 밝히지 않고, 신비한 소설을 통해서만 독자와 만나고자 한다. 다만 소설에서 쓰이는 배경에 대한 지식 등으로 중년이 넘은 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설의 배경과 신비한 물질을 통해 보여지는 환각, 근친상간에 대한 상상을 불어넣어 읽는 이들을 당혹하게 한다. 소설은 결과적으로 세 명의 주인공이 연결되는 접점을 찾아가면서 선과 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참여하게 만든다. 명성가구 회장 등 인물, 대학로 공간이 주는 독특한 이미지들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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