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장 서훈 무산’ 양금덕 할머니 “무슨 짓인지…기분 나쁘다”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8 17: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일본 눈치 봐야하는 현실 개탄스러워”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9월2일 오후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난 모습 ⓒ연합뉴스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9월2일 오후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난 모습 ⓒ연합뉴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외교부 측 제동으로 자신의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이 사실상 취소된 것에 대해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양 할머니는 8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이 공개한 영상에서 “상을 준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무엇 때문에 다시 안 준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게 뭔 짓이냐.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 할머니는 “무엇 때문에 (서훈·수상이) 보류됐느냐. 정부가 우리(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냐”면서 “우리가 일본에 가서 죽을 고생했는데 사죄 한 마디 듣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지 모르겠다. 우리가 무엇을 부끄러워 해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 또한 성명에서 “대한민국이 수여하는 인권상까지 일본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외교부가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부 기조에 따라 일본의 비위 상할 민감한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으로만 해석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양 할머니에 대해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라면서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올해까지 30년 동안 권리회복 운동에 기여한 대표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인권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평가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월 홈페이지에 양 할머니를 포함한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 포상 추천대상자’ 명단을 공개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바 있다. 오는 9일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서 시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 안건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고, 시상 또한 사실상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측은 “서훈 수여는 상훈법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해야 하며 관련 부처간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서훈 수여 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인의 수훈을 염두에 두고 행사를 기획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