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놓치고 범인 ‘만들기’ 급급했던 경찰…진실화해위 “사과해야”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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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이춘재 연쇄살인 수사 관련 진실규명
“국가, 인권침해적 수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12월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억울하게 내몰린 이들이 경찰에게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적 수사를 받았다고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결론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전날인 8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열린 제48차 위원회서 이춘재 관련 사건 수사 당시 용의자로 내몰린 피해자들의 사건에 대해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한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불법구금, 가혹행위, 허위자백 강요 등 신청인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점에 대해서 신청인 및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의 이번 진실규명은 지난해 1월 윤성여씨 등 7명의 신청에 의해 같은 해 5월27일부터 진행됐다. 윤씨는 가혹행위가 포함된 수사당국의 수사를 거쳐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약 19년 간 복역했으나 2020년 12월17일 재심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재심 재판부는 사법부를 대표해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경찰청 또한 재심 판결 직후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옥살이를 겪게해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사죄했다.

이춘재는 앞선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수원·청주 일대에서 다수 여성을 상대로 살인 등 범행을 자행한 인물이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당시 이춘재는 총 3차례나 수사당국의 용의선상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이춘재를 수사했던 당시 수사당국에 대해 “비과학적인 증거 방법에 매몰돼 오히려 (이춘재를) 용의선상에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뚜렷한 혐의점이 없는 다수의 인물들이 무더기로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강압수사 등 고초를 겪었다는 설명이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경찰의 수사에 대해 “용의자들은 뚜렷한 혐의없이 유사범죄나 절도 등 전과자, 홀아비, 불량배, 독신자 등이란 사유로 경찰로부터 범행 현장 인근에 거주하거나 배회했다며 영장없이 연행당해 강압적으로 자백을 강요 받았다”면서 “(이들이) 가혹행위를 당한 것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들 용의자들은 연행돼 조사 받는 동안 경찰에 의해 잠 안 재우기, 서류철로 때리기, 따귀, 욕설, 고문 협박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혐의 자백을 강요한 것이다. 일부 경찰은 이들의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자 손톱깎이, 아크릴 절단용 칼 등 허위 증거물로 자백을 강요하거나 이들의 얼굴 및 신상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 과정중에 발생한 피해자는, 피해자임에도 사회적 낙인 효과 때문에 피해 사실을 드러내길 주저할 수 밖에 없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이번 진실화해위 결정을 계기로 국가가 적법하고 인권 의식을 갖춘 수사를 진행해 두 번 다시 이런 수사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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