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부임 후 더 빨라진 금감원 사정 시계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3 11:05
  • 호수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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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답게 금융범죄 척결 앞장
금감원 검사국 위상도 높아져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부임 이후 금융감독원의 금융범죄 척결에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렸다.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금감원의 검사 강도와 속도가 이전과 달라져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이복현 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금감원장으로 2022년 6월7일 임명됐다. 금감원 역사상 첫 검찰 출신 원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은 사법시험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으며 검사 시절 경제범죄 수사에서 능력을 보여줬다. 금감원장 취임 후 금융권의 불법 및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시각이 금융권에 적지 않았다.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먼저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 횡령 사고와 8조5000억원이 넘는 이상 해외 송금 등 금융 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이들 사고를 접수한 뒤 바로 검사에 착수했으며 검찰, 관세청 등과 공조해 신속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22년 11월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권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활성화를 위한 소통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 “금융시장 불안 요인도 살펴야”

증권가에도 칼을 빼들었다. 쌍용차 매각과 관련해 ‘먹튀’ 논란을 불렀던 에디슨모터스 등 불공정거래 혐의 세력을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사건으로 검찰에 이첩했다. 아울러 공매도 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진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고, 공매도 조사팀을 신설했다.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 검사를 받은 다수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옷을 벗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과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은 모두 가족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금감원의 강도 높은 검사를 받았다. 이 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이들 비리 의혹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국민적 공분도 자아냈다. 당사자들은 모두 억울하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이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결국 모두 자진 사임했다. 

이 원장 부임 이후 금감원의 검사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각종 제보와 사건들이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내부 제보가 있더라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언론에 나온 의혹 기사 하나도 예의주시한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금감원 검사국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제보자 민원에 따른 검사 진행이나 속도가 빨라졌다고 알려진다. 

이런 성과에도 일각에서는 감독 기능보다는 금융권 부패 척결에만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 원장은 검사 출신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요즘 금감원은 사건·사고가 터지면 검사하고, 검찰에 이첩하고, 브리핑하는 식이다. 그가 과거 검찰에서  다 했던 것들”이라면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비리 척결뿐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꼼꼼히 점검해 올바른 금융정책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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