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간에 불바다로…숨진 5명 모두 반대차선 차량서 발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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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서 시작된 원인미상 불, 플라스틱 벽면 타고 번져
시야 확보 안돼 인명피해 커져…경찰, 본부 구성해 본격 수사
12월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위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모두 최초 발화점인 트럭과 반대 차선에 있던 차량에서 발견됐다. 순식간에 터널 안을 가득 메운 연기와 불길로 미처 대피를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9일 오후 1시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5t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트럭 운전사가 차량을 벽쪽으로 정차해 소화기로 진화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 사이 불은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었다. 벽면 플라스틱은 불쏘시개가 됐고, 급속히 번진 불은 터널 전체를 휘감았다. 순식간에 연기가 들어차면서 운전자들은 바로 앞 시야를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경찰은 최초 화재 차량인 5t 폐기물 집게 트럭 운전자로부터 "운전 중 갑자기 에어가 터지는 '펑' 하는 소리가 난 뒤 화재가 발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트럭 운전자는 "차량 조수석 밑쪽(차량 하부)에서 불이 나서 차량을 하위 차로(3차로)에 정차하고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며 "그러나 불길이 잡히지 않아 대피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2월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에 처음 화재가 발생한 트럭이 불에 타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12월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에 처음 화재가 발생한 트럭이 불에 타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화재로 희생된 운전자들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며 시야까지 가려진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피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는 승용차 4대에서 각각 1~2명씩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 있다 평촌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A씨는 터널 진입 당시 사고 등 이상 상황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차량 진입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다른 차들이 (터널로) 들어가는 걸 보고 들어갔는데 조금 있으니 빵 하고 뭔가 터졌다"며 "시커먼 연기가 막 나왔고 차가 후끈거렸다. 이렇게 있으면 타 죽는 게 아닌가 싶어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나갔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불이 난 화물차는 보지 못했고 나와 보니까 차들에 다 불이 붙기 시작했다"면서 "앞이 보이질 않으니까 차 깜빡이는 불빛만 보고 앞으로 뛰어나갔다"고 말했다. 

12월29일 오후 1시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29일 오후 1시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 연합뉴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12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총 길이 830m인 방음터널은 이번 화재로 600m 가량이 소실됐다. 화재 구간 내 고립돼 소실된 차량은 45대로, 모두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과 자치경찰부장을 공동수사본부장으로 한 화재사고 수사본부를 편성해 사고경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초 화재 발화 트럭 운전자를 임의동행해 전날 밤 조사를 마무리했다. 

사고가 발생한 방음터널 입구 인근에 있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해당 시설은 사고 발생 시 추가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데 이번 사고에선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에도 엄청난 화염과 불길이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터널 진입부는 차단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경위와 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29일 오후 1시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29일 오후 1시49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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