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첫 신년회견 패스한 ‘유일’ 대통령?…역대 정부 살펴보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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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文 모두 첫 신년회견 챙겨…MB는 첫해 이후 신년회견 안 해
전문가 “尹, 리스크 줄이려 패싱한 듯…국민 소통 기회 만들어야”

새해가 시작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일방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에도 대통령실 참모진만 일부 배석시킨 채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 기자들은 없었다. 여기에 전임 대통령들이 통상 진행했던 신년 기자회견도 일정 등을 이유로 ‘패싱’하는 모양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불통’의 아이콘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022년 12월31일 윤 대통령을 향해 “신년 담화문을 읽고 끝내던 군사정권 시대로 회귀하려 한다”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신년 기자회견을 패스한 유일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당선 후 첫 신년회견을 회피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직격했다.

신년회견은 통상적으로 정부의 한 해 국정 운영 목표와 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로 통한다. 이 상근부대변인은 “대통령의 주요 책무 중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첫 신년회견을 챙겼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癸卯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癸卯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일 시사저널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후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정리한 결과, 모든 대통령들이 당선 후 첫 신년회견은 챙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각본 논란’이 있긴 했지만 군사독재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집권 첫 해 신년회견을 가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각본 없이’ 첫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해, 정부의 국정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교적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신년회견을 진행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공개방송’, 노 전 대통령은 ‘자유질문’ 형식으로 회견을 진행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신년에 예고 없이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을 찾거나, 국민들과 인터넷 대화를 시도하는 등 파격 행보도 보였다.

이렇게 자유로웠던 신년회견 분위기는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1월에만 신년회견을 진행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신년회견을 없애고, 대신 청와대 참모들을 옆에 앉혀놓고 일방적인 국정연설을 진행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신년회견을 부활시켜 2014~2016년까지 세 차례 진행했다. 특히 첫 신년회견에선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만 매번 1시간이 넘는 질의응답을 각본대로만 진행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기자의 질문엔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하기도 했다. 국정농단으로 직무가 정지됐던 2017년에는 신년회견 대신 기자간담회로 대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단 한번을 제외하곤 임기 시작 후부터 매년 1월 신년사와 신년회견을 함께 챙겼다. 다만 코로나19 펜대믹의 정점이었던 2021년 초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이유로 회견을 취소했다. 당시 일각에선 정치 현안과 관련해 ‘불편한 질문’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위기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은 취임식 때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부터)ⓒ연합뉴스·사진공통취재단
취임식 때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부터) ⓒ연합뉴스·사진공통취재단

이러한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은 윤 대통령의 재임 후 첫 신년 행보와 대조된다. 이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신년회견 같은)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만들어 국민들하고 눈높이도 맞추고 공감을 사고 협조를 구해,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신년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역사에서 굉장히 안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첫 신년회견을 ‘패싱’한 이유에 대해 “국민들과 언론의 기능을 굉장히 낮춰보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혹시라도 실수해서 흠 잡히거나 본인의 전문성이 낮다는 게 탄로 날까 봐 리스크를 어떻게든 줄이겠다는 의미”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와 따로 인터뷰한 것만 봐도, 본인이 만나고 싶은 사람하고만 만나려는 소통 스타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의 만남은 지난 11월21일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중단 이후 43일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신년회견까지 생략한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 등 특정 보수매체와만 별도 인터뷰를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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