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질타에 “반도체 세액공제 상향하겠다”는 정부…묘수 있을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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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높은 수준의 세제 지원” 반박자료 냈던 기재부
尹 “추가 확대 방안 적극 검토” 발언에 쥐어짜기 골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제1화물터미널을 방문, 2023년 새해 첫 출항하는 국적화물기의 반도체 관련 수출화물 선적 직업장에서 근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제1화물터미널을 방문, 2023년 새해 첫 출항하는 국적화물기의 반도체 관련 수출화물 선적 직업장에서 근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지원 확대를 지시한지 이틀 만이다. 앞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며 반박 보도자료까지 냈던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양새다. 세수 부족을 근거로 공제율 상향에 반대했던 기재부가 어떤 묘수를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반도체 투자에 대한 추가 세제 지원 방안을 이번 주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약 일주일여만이다.

이제 막 공포된 해당 법안에 수정을 가하려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반도체특별위원회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당초 국민의힘 반도체특위는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등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10%로 높이는 법안을 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 반도체, 백신, 배터리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대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높이고 중견기업(8%)과 중소기업(16%)은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재부와 여야의 간극은 컸지만 세수 부족을 앞세운 기재부 원안이 결국 그대로 통과됐다.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재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이 반도체산업에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너무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추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상향하고 투자 증가액은 추가로 4%포인트를 공제하는 등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며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세제 지원 확대 지시가 나오면서 기류가 바뀌게 됐다.

난감해진 건 기재부다. 기재부는 법안 통과 이후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달 24일 “반도체 투자에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세제 지원 중”이라며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 기재부는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2021년 7월 3%에서 6%로 2배 인상했고, 2023년부턴 8%로 상향된다”면서 “2023년에는 투자증가분(직전 3년 대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4%에서 10%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항변했다. 대기업은 최대 18%, 중소기업은 최대 26%의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대기업 8%만 공제? 기재부 “한시적 상향으로 18% 적용”

이는 정치권과 재계에서 제기하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었다.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는 25%로 미국 25%, 대만 25%, 중국은 100%”라며 “한국이 8%로 경쟁력이 있겠느냐. 글로벌 반도체 지원 경쟁에서 한국은 완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기재부는 아울러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의 경우 국가전략기술로 30~5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 중이지만 대만은 최근에서야 반도체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올렸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또한 “미국의 경우는 설비투자에 대해 2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나, 비우호국 투자 금지 등 엄격한 적용요건을 규정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공제율 상향에 난색을 보인 이유에는 세수 감소 우려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여당안을 토대로 세수 감소액을 추계한 결과 △2024년 2조6970억원 △2025년 2조8186억원 △2026년 4조4094억원 △2027년 4조4599억원 △2028년 4조6835억원 △2029년 4조8139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예상 국세 수입 규모는 약 400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대통령에 이어 추 부총리마저 공제율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기재부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방법은 미지수다. 추 부총리 역시 “2021년 세액공제율 4%에서 지난해 6%까지 왔으니, 올해 8%로 간 다음 투자 증가분에 대해 3%를 더하려고 했다. 그래서 두 자릿수가 나오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갈 건지, 다른 조합이 있는지는 이번 주 중에 밝히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세액공제율 발표를 거쳐 올 1분기(1~3월) 중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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