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부상에 스텝 꼬인 최재형?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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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대선 경선부터 ‘非尹’ 행보…親이준석계로 분류 돼
이준석 징계 후 당내 입지 감소…마련한 혁신안도 좌초 위기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경선 경쟁자였다. 이후 ‘정치 1번지’ 종로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초선(初選)이었다. 그럼에도 정치 입문과 동시에 여당의 혁신을 주도하는 혁신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승승장구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의 얘기다.

그러나 새해 들어 최 의원을 둘러싼 평가와 전망이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최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난 뒤, 최 의원의 당내 위세와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윤석열계 지도부가 들어설 경우 최 의원이 마련한 혁신안이 좌초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최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최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2022년 ‘몸값’ 높았던 최재형

최 의원은 윤 대통령과 ‘정치 입문 동기’다. 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검찰개혁안에 반발해 옷을 벗었고, 최 의원은 월성 원전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 문제로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다 결국 감사원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두 사람 나란히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

‘반문’(반문재인) 인사인 두 사람은 경선에서 치열하게 부딪혔다. 최 의원은 윤 대통령의 ‘확장성’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비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달리 최 의원은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다. 2차 경선 결과 최 의원은 컷오프됐다.

이후 최 의원의 행보는 ‘친윤’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 의원은 컷오프 이후 윤 대통령이 아닌 홍준표 후보를 도왔다. 2021년 10월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 의원은 홍 후보를 돕기로 한 이유를 “가장 중요한 본선경쟁력은 다름 아닌 후보의 ‘도덕성’과 ‘확장성’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두 기준에서 윤 대통령보다 홍 후보가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이후 홍 후보가 패하면서 최 의원도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이후에는 탄탄대로였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을 내려놓은 서울 종로에 전략 공천됐다. 당시 민주당은 ‘이낙연 책임론’을 근거로 종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사실상 국민의힘이 ‘따 놓은 당상’인 지역에 최 의원이 공천된 셈이다. 당시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지상욱 전 여의도연구원장은 최 의원을 “대쪽 감사원장으로 공정의 상징성을 가진 분”이라며 공천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뱃지를 단 최 의원은 당의 중책까지 맡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쏘아올린 혁신위원회의 수장이 된 것이다. 혁신위가 차기 총선의 공천 룰(rule·규칙) 등을 개정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최 의원이 일약 당의 실세로 부상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안상수 전 인천시장(왼쪽), 최재형 전 감사원장(오른쪽)과 함께 2021년 11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관권선거 중단과 이재명 대장동 비리 특검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안상수 전 인천시장(왼쪽), 최재형 전 감사원장(오른쪽)과 함께 2021년 11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관권선거 중단과 이재명 대장동 비리 특검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이준석 몰락에 최재형도 위기?

2022년은 분명 최 의원에게 ‘괜찮은’ 해였다. 의원이 되고, 당 대표의 신임을 얻고, 여당의 혁신까지 주도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최 의원을 둘러싼 평가가 바뀐 분위기다. 최 의원의 강력한 우군으로 평가받던 이준석 전 대표가 ‘성 상납 및 증거은폐 의혹’으로 물러나면서다. 이후 당내 친윤계가 득세하면서 최 의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장 최 의원이 주도한 당의 혁신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혁신위는 △공천관리위원회 기능 일부 윤리위 이관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확대 및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온라인 당원투표제 도입 △상설위원회 개편 및 특위 활성화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도입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 및 여의도연구원 개혁 등 6개 혁신안을 마련했다.

이중 공관위와 PPAT는 공천과 직결된 민감한 부분이다. ‘시한부 지도부’인 비상대책위회가 혁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취재 결과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전당대회 이후 출범할 새 지도부가 혁신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으로서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이 결정된 후 ‘친윤 지도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문제는 당내 친윤계가 혁신위의 활동을 달갑게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혁신위는 당의 한 조직일 뿐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당심으로 뽑히는 차기 지도부”라며 “정진석 위원장뿐 아니라 현 지도부 모두 같은 생각이다. 공천 개혁은 (혁신위가 아닌) 차기 지도부의 몫”이라고 단언했다. 다른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당 대표의 힘은 공천권에서 나오는데 차기 지도부가 (혁신위안을) 그냥 받아드릴까”라고 반문한 뒤 “다만 당의 상황(이 전 대표의 징계 등)이 바뀌지 않았다면 혁신안은 곧바로 실행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여권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실이 최 의원의 최근 행보를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 여권 인사는 “‘통’(윤 대통령)으로서는 최 의원을 우군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을 돕지 않았던 최 의원이 정치 데뷔 후에는 이 전 대표와 유사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실제 최 의원은 ‘당심 100%’로 바뀐 전당대회 룰을 비판하는 동시에 이 전 대표와의 협력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 의원이 비윤계의 길을 택한 이상, 올해는 당의 ‘실세’가 아닌 ‘소장파’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 의원은 지난달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심 마케팅’은 오히려 당의 역량을 축소시키고 당대표와 윤 대통령의 시너지 효과를 감소시키는 위험성이 있어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당대회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이 전 대표가 당에서 새로운 지도부와 협력적인 관계를 보여주며 당의 안정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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