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경유지냐”…‘나경원 출마설’에 흔들리는 저출산고령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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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원장 취임 3개월도 안 돼 나경원 전당대회 출마 고심
“정치인 임명이 문제” 비판도…사퇴 시 非정치인 내정 가능성
2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적임자로 판단한다.”

지난해 10월13일 대통령실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나경원 내정자는 저출산, 고령사회화와 그 대책을 깊이 고민해오신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부연했다. 나 전 의원 역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결은 국가적 어젠다”라며 화답했다.

그로부터 약 세달 뒤, 나경원 부위원장의 행보가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두는 저출산도 고령화도 아니다. 나 부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나 부위원장이 입장 표명을 보류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당초 인선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 핵심 의제를 담당하는 수장에 전문가가 아닌 ‘당권 주자’를 앉힌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에서다.

저출산고령위는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대통령실 직속기구다. 다만 조직을 이끄는 실질적인 수장은 부위원장이다.

장관급인 부위원장에는 관련 전문가가 아닌 늘 여당 출신 정치인들이 임명돼 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17년 제1대 위원장에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제2대 위원장에는 서형수 민주당 의원이 임명됐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선 제3대 위원장으로 나경원 전 의원을 낙점했다. 모두 직전 대선에서 대통령을 도왔던 ‘개국공신’들이다.

문제는 부위원장들의 전문성에 물음표가 찍힌다는 점이다. 김상희 전 부위원장의 경우 약사 출신으로, 정치 입문 전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는 등 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서형수 전 부위원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국회 입성 후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지만, 위정활동은 환경노동위원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 한 것이 대부분이다.

판사 출신인 나 부위원장 역시 이력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윤석열 정부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임명에 앞서 나 부위원장의 이력을 내세웠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0월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나경원 내정자는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과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17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저출산, 고령사회화와 그 대책을 깊이 고민해오신 분”이라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나 부위원장이 임명 세 달도 안 돼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하면서 대통령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나 부위원장은 당권 결심을 굳히는 순간 즉각 부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공석이 되는 셈이다.

나 부위원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견제에 나섰다. 나 부위원장이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당권에 욕심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3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나 부위원장이) 아주 중요한 국가적 과제들에 대한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맡은 지 한 두 달 만에 그 일(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을 두 달 만에 그만두는 것이 옳은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이 사퇴할 시 정부가 후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직을 꺼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차기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책을 맡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치권 일각에서도 반복되는 ‘보은인사’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차기 부위원장은 정치인이 아닌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국가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며 “사사로운 인연이나 정략적 계산을 통해 맡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자타공인 전문가가 관련 정책을 총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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