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 없다”vs“그래도 유지”…폐기 기로 선 ‘9·19 합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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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먼저 파기 관측 속 尹대통령 “재도발 시 효력 정지”
민주당 “도발 여지 준 꼴” 정의당 “9·19 합의는 안전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시사저널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시사저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다. 북한의 도발 행위가 실질적인 안보 위협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면 9·19 합의는 폐기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방과학연구소(ADD)로부터 ‘무인기 대응 전략’을 보고받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19 합의는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것으로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종식하자는 게 골자다. 정식 명칭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는 △군사분계선(MDL) 5㎞ 안(완충 구역) 포병 사격 훈련 금지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 북측 초도 이남과 동해 남측 속초 이북, 북측 통천 이남 수역에서 포 사격 중지 △MDL 동부 15㎞·서부 10㎞ 무인기 비행 금지 등이다.

다만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해 11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고, 12월에는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9·19 합의 폐기를 시사한 이유다.

그러나 야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경제나 외교 등에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한반도를 전쟁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핑계 삼아 북한이 도발 강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잇따른 북한 도발에 분노하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이지만 9·19 군사합의의 파기 가능성을 밝힌 것은 전략적으로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바라는 것이 바로 9·19 합의의 파기”라며 “북한에 9·19 합의를 뛰어넘어 남한에 적대행위를 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9·19 군사합의는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남북 간의 약속이자 국민을 전쟁의 위협에서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북한에 약속을 어길 명분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 역시 윤 대통령의 9.19 합의 효력정지 검토 지시를 두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9.19 군사합의는 한반도의 우발적 군사 충돌과 확전 방지를 위한 핵심 합의이자 현재로선 유일한 안전핀”이라며 “비록 최근 무인기 침범 등 북한이 먼저 합의를 위반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대통령이 나서 다짜고짜 이 합의의 효력 정지 또는 파기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경솔하고 현명하지 못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전쟁과 군사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의 안전을 수호하는 것은 대통령의 최우선 책무임에도 도리어 대통령이 나서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며 “북한의 무모한 도발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안보 문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대통령이 연일 대책 없는 강경발언과 무능한 강경책만 쏟아내게 하는 현 정부 안보라인 핵심참모들을 혁신하고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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