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부터 건강검진 관리하면 심장병 위험 크게 낮춘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9 12:05
  • 호수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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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를 위한 5가지 건강 문제 해결법…최소한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빈혈·우울증·만성피로 경계해야

대부분은 새해에 건강을 소망하지만 20·30대 청년들은 학업과 취업을 희망한다. 그만큼 사회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젊다는 것만 믿고 건강을 돌보지 않는 생활습관에 빠지면 이른바 생활습관병에 걸릴 수 있다.

생활습관병을 젊을 때부터 관리하는 것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약 4년 전 보건복지부는 관련 연구를 계획했다. 국가건강검진을 20·30대로 확대할 경우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다. 그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20·30대부터 국가건강검진을 받아 건강을 챙기면 심장병 예방뿐만 아니라 사망 위험까지 낮춘다는 결과를 얻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검진에 포함하면 좋을 항목을 살펴봤더니 고혈압, 고지혈증, 빈혈, 우울증이 꼽혔다. 20·30대부터 이들 질환에 대비하면 이후 심장병 위험이 탁월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병원에서 많은 젊은 환자를 만나면서 만성피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최소한 이 5가지 건강 문제는 20·30대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30대라도 정상 혈압이 아니라면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 사진은 동작구가 2016년 마련한 무료건강검진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공무원 수험생 모습 ⓒ뉴스1

심장병·뇌졸중의 바로미터 고혈압

경계 혈압일 때부터 고혈압약 복용해야

혈압을 재면 ‘수축기 혈압’(심장이 혈액을 밀어내면서 혈관 압력이 가장 높아질 때)과 ‘이완기 혈압’(혈액을 빨아들이면서 혈관 압력이 가장 낮아질 때)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수축기 혈압이 120mmHg, 이완기 혈압이 80mmHg 미만일 때를 정상 혈압이라고 한다.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를 초과할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정상 혈압과 고혈압 사이는 ‘경계 혈압’이다. 박상민 교수는 “젊다고 경계 혈압을 방치하면 단순히 고혈압으로 진행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5년 이내 고혈압약을 먹은 사람은 혈압이 정상인 사람만큼으로 심장병 위험도가 떨어지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심장병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250만 명의 20·3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각각 130mmHg·80mmHg 이상일 경우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약 2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험은 혈압이 높아질수록 심하게 증가했다. 고혈압약을 복용하면서 혈압 수치를 잘 조절했을 경우에는 그 위험도가 정상 혈압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을 가장 손쉽게 관리하는 방법은 의사의 처방을 받은 고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간혹 혈압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고 우려하는 젊은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압을 정상으로 조절하는 일이다. 약을 복용하거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정상 혈압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물 먹지 않기, 적정 체중 유지, 운동, 절주, 금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정상 혈압을 유지할 수 있다. 종종 혈압약 복용을 중단한 후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정상 혈압을 유지해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의 경고음 이상지질혈증

4년마다 이상지질혈증 검사받아야 조기 발견

혈액 검사에서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저밀도 콜레스테롤 4가지 수치 중 하나라도 이상 소견이 나오는 경우를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이라고 한다. 연구를 통해 20·30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mg/dL 이상일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위험도도 정상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젊은 사람도 이상지질혈증 소견이 있으면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박 교수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진료를 받은 20·30대의 약 20%에서 이상지질혈증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이상지질혈증 발생 빈도가 높고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 발생 위험도 크다. 따라서 남성은 비교적 젊은 20대 중반부터 4년에 한 번씩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여성의 경우는 40세 이상부터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이상지질혈증 검사가 포함돼 있으므로 건강검진을 빠지지 않고 받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심장병 위험 높이는 빈혈

철분제 2~3개월 복용으로 해결

혈액 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로 빈혈 여부를 알 수 있다. 여성은 12g/dL, 남성은 13g/dL 미만일 때 빈혈 진단을 받는다. 빈혈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빈번한데, 20·30대 여성 10명 중 1명에게 빈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빈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철분 결핍이다. 일반적으로 철분제를 2~3개월 복용하면 빈혈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빈혈이 있는 사람이 정상으로 회복하고 2년 후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심장병 위험이 확실히 감소하는 것이 연구 결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빈혈은 피로감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장기간 지속되면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빈혈을 발견하면 철분제를 복용해 정상 헤모글로빈 수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혼자 해결하기보다 의료 도움 필요한 우울증

우울증 진단받았어도 진학·취업 불이익 없어

일반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우울·슬픔·절망이 지속될 때 우울증을 의심한다. 이런 우울감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 더 힘들어진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해 마음과 건강을 치료해야 한다. 2020년 8월부터는 국가건강검진에 우울증 선별검사가 도입됐다. 이때라도 검사를 잘 받으면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진학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해 병원 진료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렇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의료법상 정신건강 관련 진료 기록은 본인의 동의 없이 열람이나 회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체력 저하가 주원인인 만성피로

3~6개월 정도 중요한 일만 하면서 체력 보강해야

최근 10년 새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청년이 부쩍 많아졌다. 이로 인해 병원을 찾으면 먼저 혈액 검사를 통해 빈혈, 간 기능 저하, 내분비 문제, 갑상선 기능 저하 등을 확인한다. 간혹 숨어있는 결핵 같은 감염질환이 의심되면 흉부 X선 촬영을 한다. 이런 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나오면 수면이나 정서 문제를 살핀다.

모든 것이 정상인 경우 체력 저하가 주원인이다. 20·30대는 종종 체력에 비해 과도한 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자주 커피를 마시면서까지 체력을 쥐어짜 맡은 일을 감당한다. 자율신경기능이 저하돼 기능성 위장장애나 만성피로 등으로 나타난다. 

만성피로에는 약이 없다. 그러나 만성피로를 해결하는 기본 원칙은 10가지 일 중 가장 중요한 3가지 일만 하고 나머지 7가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포기하는 것이다. 이를 우선순위 재설정이라고 한다. 박 교수는 “만성피로 치료에는 우선순위 재설정이 중요하다. 일과 스트레스를 체력이 감당할 수준으로 낮춘 다음 운동을 통해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보통 3~6개월 운동하면 체력과 자율신경계를 회복할 수 있다. 그다음 일의 양이나 강도를 서서히 높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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