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쉰 ‘비윤’ 허은아, 활짝 웃은 ‘친윤’ 배현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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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당협 조직위원장 탈락…‘비윤 공천학살’ 우려 커져
‘친윤’ 배현진 신년인사회에는 당권 주자 총결집

같은 초선(初選)이자, 여성 국회의원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영입돼 지금은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나 21대 국회 절반이 흐른 지금, 처한 현실이 다르다. 1명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공천 탈락 기로에 섰다. 다른 1명은 당의 실세로 부상한 모양새다. 전자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후자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얘기다.

이른바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허 의원은 당협 조직위원장에서 탈락하는 등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반면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는 등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공천 탈락 기로 선 ‘비윤’ 허은아

허 의원은 친이준석계로 분류된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이준석 전 대표와 여러 선거를 함께 치렀다. 4·7 재보궐선거에서는 이 전 대표와 뉴미디어 본부장을 맡았다. 이 전 대표와 ‘청년 오픈마이크’를 기획하는 등 활발한 유세 활동을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이 전 대표의 메시지를 전하는 당의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다만 처음부터 비윤석열계는 아니었다. 20대 대선 당시 ‘나는 국대다’로 선발된 대변인단들과 이른바 ‘윤석열차’ 등을 타고 활발한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을 두고 “직접 만날 때 마다 느끼게 되는 것은 정말 소탈하고 한결같고 참 올바른 분, 한편으로 자신의 말에 책임지고 의지가 강한 분”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상황이 바뀌었다. 이 전 대표가 ‘성 접대 및 증거은폐 의혹’으로 징계를 받게 되고,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재로 전환되면서다. 이때 허 의원은 당 지도부 대신 이 전 대표 편에 섰다. 허 의원은 2022년 8월11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대위로 전환된 당 상황을 “사장이 휴가 중 자리를 비웠을 때 임시로 직무를 대행하고 있던 부사장이 이사회를 소집해서 사장을 해임하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사장은 이 전 대표를, 부사장은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를 각각 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결국 이 전 대표가 징계로 물러나면서 허 의원은 곧바로 위기에 처했다. 허 의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됐지만 당시 최고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정진석 비대위가 출범해 사고당협 66곳 재정비를 진행했는데, 허 의원을 탈락시킨 것이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상임공보특보단장을 지낸 김경진 전 의원이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이 됐다.

이에 허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친윤도 아니고, 검사 출신도 아니다. 친윤이고 검사 출신이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이리저리 당협 쇼핑도 할 수 있는 당의 현실이 부럽기보다는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장제원 의원, 배현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장제원 의원, 배현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권주자들 지지 업은 ‘친윤’ 배현진

허 의원의 ‘21대 국회 동기’ 배현진 의원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배 의원은 당초 친홍계(친홍준표)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이후 친윤계로 분류되고 있다. 친윤계와 각을 세운 이준석 전 대표와 사이가 틀어지면서다. 배 의원은 이준석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이 전 대표와 수 차례 충돌했다. 

이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배 의원도 코너에 몰리는 듯 했다.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책임론’이 여권 일각에서 불거지면서다. 배 의원은 최고위원직에서 내려왔고,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 등이 백의종군을 선언하자, 배 의원도 공개 발언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배 의원은 최근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허 의원을 조직위원장에서 탈락시킨 조강특위 위원진에 배 의원이 이름을 올리면서다. 사고당협위원장 인선 결과는 차기 총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조강특위 인선에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배 의원의 존재감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배 의원이 ‘초선 친윤’의 간판 역할을 하자, 친윤계 당권 주자들이 너도나도 배 의원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5일) 열린 배 의원 지역구 행사인 ‘송파을 신년인사회’에는 현역 의원과 시·구 의원들, 당원들이 전체 780석 규모의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김기현·안철수·나경원 등 당권주자들이 집결했고,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이철규, 김성원, 김태호, 김정재, 윤두현, 박대출, 김영식, 구자근, 황보승희 등 ‘국민공감’ 소속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얼굴을 비췄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등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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