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결단 앞두고…나경원, 尹정부와 엇박자?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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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나경원 출산 시 대출탕감 주장, 尹정부 기조와 차이”
정부와 엇박자에 與일각 “나경원 전대 출마에 ‘견제구’ 날린 것”

‘나경원의 결심’은 여권 내 가장 뜨거운 화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경쟁 구도가 요동칠 수 있어서다. 나 부위원장도 당권 욕심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다. 여권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실이 친윤계 표심 분산을 우려, 나 부위원장의 출마를 달갑게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후문이 나온다.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윤심’이 기울었다는 관측과 함께다. 나 부위원장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윤심 마케팅’을 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2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출마 초재기?

최근 나 부위원장은 차기 여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여당 지지층 사이 인기가 뜨겁다. 전당대회 룰이 ‘당심 100%’로 변경된 것을 고려하면 나 부위원장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셈이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3일 국민의힘 지지층 412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나 부위원장이 35.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기현 의원 15.2%, 유승민 전 의원 13.7%, 안철수 의원 12.4%, 황교안 전 대표 5.5% 등 순으로 나타났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원투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밀리며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최근 여론의 흐름을 고려하면, 나 부위원장으로선 당권을 탈환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실제 나 부위원장도 ‘당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6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최근에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그래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차기 총선의 승부처는 역시 수도권”이라며 “저는 수도권에서 정치를 계속해 왔다. ‘수도권의 정서를 가장 잘 안다’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나경원 겨냥 대통령실 “尹정부 기조와 차이”

나 부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다음 날(6일),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을 언급하는 입장문을 하나 내놨다.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안을 내놓은 데 대해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간담회에서 나경원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 의견일뿐 윤석열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도 신혼부부나 청년에 대한 주택 구입,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한 지원책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충분한 측면이 있다”며 “조금 더 과감하게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며 헝가리의 출산 지원정책을 언급한 바 있다. 나 부위원장 주장의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자, 대통령실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시점’과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 부위원장이 전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마음”을 당권 도전 배경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돌연 나 부위원장의 발언이 ‘윤심’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의 해명일 수 있다. 다만 나 부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부와 나 부위원장의 이번 ‘엇박자’ 사례가 친윤 주자들의 ‘공격 좌표’가 될 수 있다.

친윤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심’이란 건 실체가 없다”면서도 “나 부위원장 입장에선 (금일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가) 견제구처럼 느껴질 가능성은 있다. 그 해석의 여지, 오해 가능성을 대통령실이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현 상황에서 나 부위원장이 과연 ‘내가 가장 윤심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출마를 한다면 기존 후보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메시지를 내야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 5일 공표됐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의 ARS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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