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쉬는 나경원, 김기현이 웃는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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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尹정부와 엇박자에 與일각 “전대출마 교통정리 시작”
권성동도 출마 포기…친윤계 ‘김장연대’로 결집 가능성

오는 3월8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이 장제원 의원과 손잡고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구성,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등도 출사표를 던졌다. 반면 당권을 노렸던 권성동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제 여권의 시선은 ‘나경원의 결심’에 쏠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경쟁 구도가 요동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다. 여권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실이 친윤계 표심 분산을 우려, 나 부위원장의 출마를 달갑게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후문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김장연대’가 친윤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출마 결단 앞두고…나경원, 尹정부와 엇박자?

나 부위원장은 최근 당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6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최근에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그래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 부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다음 날(6일),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을 언급하는 입장문을 하나 내놨다.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안을 내놓은 데 대해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시점’과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이 전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마음”을 당권 도전 배경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돌연 나 부위원장의 발언이 ‘윤심’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의 해명일 수 있다. 다만 나 부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부와 나 부위원장의 이번 ‘엇박자’ 사례가 친윤 주자들의 ‘공격 좌표’가 될 수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나 부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6일 밤 페이스북에 나 부위원장을 향해 “두 자리를 놓고 또 과거처럼 기회를 엿보면서 설치면 대통령실도 손절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어느 자리든 한자리에만 충실할 것을 권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부위원장은 장관급인데 다리는 공직에 걸쳐놓고 맨날 당 행사하는 모임에 가서 마이크나 잡고 그러면 임명권자를 욕보이는 것”이라며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당에 얼씬도 안 한다고 하든지 해야지, 탕감 이야기를 하려면 사전에 물어보고 해야 하는데 정부랑 협의도 안 하고 불쑥 이야기 하면 그것도 말도 안 되는데”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일거에 ‘당신은 안 된다’라며 잘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 주말 간 결심 굳힐까

나 부위원장은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윤심’과 ‘당심’을 살피며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당대회 시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 간 출마 여부를 확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만약 나 부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김기현 의원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차기 여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줄곧 나 부위원장에게 밀렸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3일 국민의힘 지지층 412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나 부위원장이 35.0%로 1위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나 부위원장의 절반 수준 지지율인 15.2%를 기록했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 13.7%, 안철수 의원 12.4%, 황교안 전 대표 5.5% 등 순으로 나타났다. 나 부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김장연대’로 ’친윤계 당심’이 집중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선 나 부위원장이 얻지 못한 ‘윤심’을 김 의원이 얻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김 의원 부부를 관저로 초청해 동반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9일 뒤인 12월26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김 의원 지지를 공식화했다. 장 의원과 윤 대통령이 평소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이 선호하지 않는 주자를 지지했을 가능성은 적다.

결국 나 부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김 의원의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이 출마를 결정한다면 김 의원의 가장 큰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나 부위원장이 출마를 포기한다고 해도 김 의원 지지 의사를 밝힐 지는 미지수다. 나 부위원장은 김 의원이 반대한 이른바 ‘당 대표 수도권 출마론’에 찬성했다. 주자 간 연대를 두고도 나 부위원장은 “인위적인 정치공학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 5일 공표됐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의 ARS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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